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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세종시 침묵’ 납득할 수 없다

경향신문 | 입력 2009.11.03 01:16

 




요즈음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는 알맹이가 없다. 어제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플러스 성장' 'G20 정상회의 유치' 등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놓았을 뿐 정작 최대 현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했다. 단지 이날 아침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지금 세종시 건설 계획 수정 문제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여당의 심각한 내홍에다 국론 분열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숙고'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언급을 않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수석이 "세종시 문제를 피하거나 뒤에 숨거나 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대통령의 이런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별다른 설명 없이 세종시 건설 계획을 수정하려는데 누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데는 나름대로 의도가 있을 것이다. 행정부와 한나라당에 세종시 수정 작업을 계속 밀어붙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가 야권과 여권 일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세종시 수정 작업을 주도하고, 정 대표에게는 사실상 이를 뒷받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며칠 전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열린 마음'과 '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마음의 문을 닫고 밀어붙이기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대통령의 침묵이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지금처럼 국가적 현안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세종시 문제에 대해 갖가지 의견이 난무해 정쟁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 좋은 방증이다. 이 대통령은 장막 뒤에 숨지 말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고 여론 수렴을 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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