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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공교육 성공의 기본

디지털타임스 | 입력 2009.03.17 08:05 | 수정 2009.03.17 10:36

 




이경천 법무법인 한영 기업금융팀 변호사

우리로서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이례적으로 한국을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서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일본의 자동차업체들 정도의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미국 학교의 1년 수업일수가 한국보다 한 달이나 적을 정도로 미국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로는 한국 아이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우리는 우리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데 외국에서 보기에는 괜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수업일수는 약 180일이고, 한국의 수업일수는 220일 정도다. 일본 학생은 평균 243일이라고 한다. 오바마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인 듯하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사회학자 칼 알렉산더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을 부모의 생활수준으로 나눠 학년이 끝나는 6월의 성적과 여름방학이 지나고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통계가 나온다. 학기가 끝나는 6월에는 빈곤층, 중산층, 상류층 자녀의 성취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빈곤층 자녀의 성취도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9월 성적은 중산층이나 상류층 자녀의 성적이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여름방학 동안 빈곤층 자녀들이 방치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알렉산더의 연구결과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수많은 토론이 부차적인 것이고 학교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만을 제공해도 그 기능을 감당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우리에게 덕성여중 모델이 회자되는 것처럼 현재 미국에서는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가 공교육의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출신의 파인버그와 예일대 출신 레빈은 휴스턴의 빈곤층 5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배움엔 지름길이 없다,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목표를 정한 뒤 KIPP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적용해 나갔다. 우선 평일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고 토요일도 격주로 가르치고 여름방학 때도 수업하는 등 선생님이 더욱 헌신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율을 정했다. 수업시간 잡담을 철저히 금지하며 한 학생이라도 한눈팔면 그가 집중할 때까지 수업을 중단하고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은 교실 문 밖에 세워 놓기로 했다. 파인버그는 한 여학생이 집에서 TV를 보다가 숙제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그 집에서 TV를 치우기도 했다. 현재 KIPP에는 워싱턴DC와 19개 주에서 1만 6000여명의 초ㆍ중ㆍ고생이 참여하고 있는데 학생의 약 95%는 흑인과 히스패닉, 80% 이상은 저소득층 가정 자녀다. 미 고교생의 평균 졸업률은 70% 밖에 안되지만 KIPP 학교 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교육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여야가 앞다퉈 핀란드의 사례를 들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교육시스템이 옳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1920년대부터 무상 의무교육을 추진하면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국가적 인적 자원을 길러온 핀란드의 교육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지만 그러한 핀란드에서조차 가장 강조되는 것은 교사의 헌신이고 학생들의 노력이다. 교육시스템은 그 다음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수업일수가 한달 정도 많은 것이 자랑이 아니라 정말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학부모들은 그러한 선생님들에게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교육만을 받고도 좋은 학교 많이 가고 좋은 직장 많이 다닌다면 어떤 주부가 아이 학원 보낸다고 야쿠르트 가방을 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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