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계속 불복하면 당연히 퇴장감이다. 설사 오심이었다 해도 일단 경기가 진행된 다음에는 번복할 수 없다.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면 경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경기 도중 사사건건 심판을 불러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묻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의 룰을 숙지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현정부 비판에 대한 반박이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예시문을 선관위에 보내 답변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선관위는 '답변한 전례가 없다'며
헌법재판소와 선관위 결정, 대법원 판례 등을 참고하라고 회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질의 내용을 공개하며 "불가피하게 소신껏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의서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청와대 공작' 주장에 대한 반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나 선관위로부터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경고를 받았으나 번번이 이를 무시했고 지난달에는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일일이 선관위에 물어보고 발언하겠다"고 공언했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는 당초 선거중립의무 이행을 촉구한 선관위의 취지가 대통령의 국정행위에 대한 비판과 공격에 전적으로 침묵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석한다. 선관위의 지적대로 그 '동기와 배경'이 문제이고 특정 대선주자를 지칭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선거 자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과도한 언행을 삼가달라는 취지라고 본다. 법률가인 노대통령과 그의 참모들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노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한 선관위 의견서에도 나와있듯이 대통령은 '사적,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있는 헌법기관'이다. 그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헌법이 정한 사법기관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경기 규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통령이 자꾸 심판을 흔들어대는 것은 법치주의와 권력 분립의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 노대통령의 자중(自重)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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