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세금은 집에 대한 실수요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로서 향후 집값 움직임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전세금이 아파트 매매가격을 선도하는 추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전세금의 가파른 상승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오르게 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그동안 경험과 연구에 따르면 강남 지역 집값 상승은 수도권 집값을 상승시키고 이어 전국적인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은 수도권과 전국 집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그 시차는 어느 정도 될까.
이 물음에 대해 모든 요소는 결국 시간이 흐르면 주택가격에 흡수된다고 가정하고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봤다. 주택시장에 미치는 요소가 너무 많아 모든 요소를 하나씩 세어가며 반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방법에다 그동안 주택가격 움직임에 대한 연구 결과, 그리고 주택시장 호황과 불황을 구분해 분석해봤다. 이 같은 기존 연구 방법이 강남 집값과 전국 집값에 대한 관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강 이남에 위치한 서울 11개구 집값(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가격 기준)은 서울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에 3개월 내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전국 7대 광역시 지역에 6개월 이내 시간을 두고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강남 집값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가 우리가 겪었던 경험과 맞았던 것이다.
이 연구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서울 강북에서 시작된 집값 변동이 6대 광역시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을 감안할 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요소라고 판단된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그동안 경험과 최근 연구 결과를 믿는다면 올해 봄 이후 강남 지역 전세금 급등은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과 전국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등에서 주택 공급이 수요에 맞춰 늘지 않는 이상 가격 상승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 것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힘이 수요과 공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지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통상 재개발ㆍ재건축 주택 공급은 사업 시작 후 최소 2~3년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가격 흐름의 진원지인 강남 지역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은 일시적으로 강남 지역 전세금을 계속 올릴 것이다. 이어 단기는 물론 중기에 걸쳐 서울 전체, 수도권, 그리고 전국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흔들 수 있다.
단기와 중기 주택시장 불안을 피하는 길은 무엇일까.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최근 특정 지역 주택시장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같은 미시적이고 지역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또 강남 지역 재건축ㆍ재개발 최종 승인을 지역 내 전세 수급을 고려하면서 순차적으로 허가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건축연도, 물량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진행시키면서 그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런 미시적인 지역적 속도조절 정책은 주택시장을 좀 더 안정화시키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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