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의료법인 등 숙제 산적
의료ㆍ교육분야 선진화 방안
집단장벽에 번번히 좌절
연기보다 정치적 결단 필요
"위기는 곧 기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다부진 포부를 밝히면서 한 얘기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기득권층의
집단이기주의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재정부는 모두 10개 서비스 분야를 정해 선진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유독 '사' 자가 들어가는 집단 앞에서 윤 장관이 딱 막혔다. 왜 그럴까?
의료 분야 선진화 방안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는 논란만 뒤로한 채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OTC 문제는 의료 분야 선진화 방안에 들어 있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슈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OTC는 20년간 지속된 케케묵은 과제다. 1997년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고시 직전에 포기한 바 있다. 최근 들어 OTC 허용에 대한 압박 강도가 조금씩 세지고는 있다. 지난 9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개선방안을 제시했고, 앞서 5월에는 의사협회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규제개선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입법조사처는 "의약분업 시행 약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의약품 분류체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단순의약품(OTC)으로 분류하는 3단계 재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꿈쩍 않는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오로지 약사들의 반발과 어쩌지 못하는 복지부 때문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도 표류할 조짐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달 연구용역보고서가 나오고 공청회를 거친 뒤 이달 말까지 정부 입장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역기간은 연기됐다. 관련 방안이 연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재정부는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의료산업의 경쟁체제를 통해 국민에게는 질 좋은 서비스와 일자리를, 국가적으로는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해 외화벌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복지부는 저소득층 의료 기회 축소와 의료비 급증을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 작업이 무산될 경우 교육 등 다른 서비스산업 개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문제는 윤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 간의 대결 양상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기러기 아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외국 교육기관 과실송금은 벌써 5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다. 국내에서 번 돈을 해외 자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과실송금이 허용돼야 외국 교육기관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재정부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사' 자가 들어가는 9개 집단을 상대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윤 장관은 "우수 인력이 집중된 전문자격사 분야를 집중적으로 검토 및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사'자 집단의 장벽을 넘지 않으면 서비스업의 발전은 없다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다음 달 중 관련 방안을 내놓겠다고 자신하지만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의료와 교육 분야에 대한 선진화 방안은 나올 만한 정책들은 거의 다 나왔다. 더 미룬다고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kimh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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