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선거운동으로 벌금형 받은 방통심의위원

2012. 5. 25. 1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엄광석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이 특정 대선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1심 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데, 현직 위원이 버젓이 법을 위반하며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법원 판결을 보면, 엄 위원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선거운동원처럼 행동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이 고문직을 맡고 있는 박 의원 지지모임인 '인천희망포럼'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또 대선 경선 때 박 의원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밥값 70만원을 냈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다.

엄 위원은 <에스비에스> 해설위원실장과 앵커를 지냈으며,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인천 중·동·옹진 지역구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 공천신청을 하기도 했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선 박 후보의 인천경선대책위 대변인을 지냈다. '폴리널리스트'(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의 전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인사를 여당은 지난해 5월 방통심의위원으로 위촉했고, 엄 위원은 인천희망포럼 고문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양쪽 모두 공공의식이 철저히 결여됐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엄 위원은 엊그제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도 비공개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박만 방통심의위원장의 태도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박 위원장은 엄 위원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막고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재판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벌금형은 위원의 자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옹색한 형식논리만 되풀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엄 위원의 정치행위로 방통심의위의 신뢰성이 이미 심각한 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방통심의위가 엄 위원 문제의 공식적인 논의와 처리에 미적거릴수록 더 큰 상처만 입을 뿐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위원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방통심의위는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심의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통심의위 직원 노조원 60명이 지난달 열린 전체회의를 영상으로 방청한 뒤 "심의위원 9명 가운데 50점 이상은 2명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자칫했다간 박 위원장과 방통위가 '박근혜 의원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까지 떠안게 된다.

<한겨레 인기기사>■ 열살 딸의 눈물 "우리아빠는 쓰고 버리는 드라마 소품인가요""김연아 교생실습은 쇼…대학이 잘못 가르쳐"펭귄의 사생활도 소중하니까요미 인권보고서, 한국 "이메일뒤지는 나라"하루 커피 4잔 마시면 오래 산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