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日에 추월당한 한국 관광

정성진 산업1부 차장 2015. 5.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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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관광입국(觀光立國)'을 선언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저(低)성장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으로 내수 진작 효과가 큰 관광 산업 육성을 택한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일본의 관광 정책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06년 관광기본법을 전면 개정한 관광입국 추진 기본법을 만들었고, 외국인 지문 날인으로 대변되던 폐쇄적인 비자 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꿨으며, 2008년에는 행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관광청을 신설했다. 항공편을 늘리기 위해 각 공항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다. 면세점 정책에 대해서 일본은 작년부터는 한국을 베끼기도 했다. 이전까지 한국은 재벌의 대형 면세점이 쇼핑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일본은 작은 일반 상점이 해외 관광객에게는 세금을 빼주는 형태였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 면세점이 한 번에 1000달러 이상 쇼핑에 퍼붓는 중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키포인트가 되자 일본도 대형 면세점을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관광 정책은 계속 뒤로 갔다. 비자 정책은 중국인 중심으로만, 그것도 아주 더디게 완화되고 있다. 관광 실무 정책의 최종 책임자는 관광만 담당하는 국장급에서 체육 부문까지 함께 담당하는 실장급으로 바뀌었다. 일본도 베낀 면세점 정책에 대해 야당은 '대기업 특혜'라고 주장하더니 면세점 사업을 5년마다 지원자를 받고 평가해서 매번 신규 허가를 내주는 순도 100%의 규제 산업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일본은 6년마다 심사해서 갱신한다. 턱없이 부족한 호텔을 지으려고 하자 교육청은 학교 옆에 호텔은 지을 수 없다며 막았다.

결국 일본의 관광입국 정책은 10여년 동안 총리 8명이 바뀌면서도 끊임없이 발전했고, 한국의 관광 정책은 행정부, 여야, 교육청이 각자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규제 덩어리로 굳어져 간 것이다. 그 차이는 숫자로 나타났다. 일본은 엔저(円低)라는 엔진을 달자마자 날았다. 올 1~4월 방일(訪日) 해외 관광객은 589만명으로 방한(訪韓) 관광객을 130만명 차이로 따돌렸다. 7년 만에 처음 역전된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완패했다. 한국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는 일본보다 1년 앞선 2012년에 열었지만 관광객 2000만명 시대는 일본보다 뒤질 가능성이 높다.

급증한 방일 관광객은 일본 내수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 일본 신문에는 관광객이 많이 사는 화장품 회사인 시셰이도의 주가가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지방 관광업계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관리할 사람이 모자란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역사를 억지로 부정하는 일본 위정자는 가소롭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그들은 우리를 앞서고 있다. 한·일 관광 정책을 비교한 '세금 환급 우리는 1시간, 일본은 10초'〈본지 5월 22일자 B1면〉라는 기사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일본은 싫지만 배울 것은 배우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행정부·여야 국회의원 등 관광 정책 관련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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