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년 뒤 원위치 공무원연금 대통령 거부권 검토를

입력 2015. 5. 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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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담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의 합의는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국민연금 인상 논란으로 쏠리면서 공무원연금은 여야 뜻대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제 "국민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만 했을 뿐 뚜렷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무원연금 문제다.

현재 공무원들은 자신이 낸 것보다 약 3배(7급 기준) 더 많은 공무원연금을 받는다. 일반 국민은 낸 것보다 1.2배 많은 국민연금을 받는다. 공무원연금에 엄청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메우기 위해 내년에 매일 100억원이 소요되는 등 내년부터 70년 동안 국민 세금 1238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취지는 이런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국가 재정 부담도 덜고 다음 세대에게 빚도 물려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당초 현재 7%인 공무원들의 연금부담률을 10%까지 올리고 지급률은 1.9%에서 1.25%로 내리자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고 했다. 그러나 여야 협상 결과는 부담률을 5년간 9%까지 올리고,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7%까지 내리는 것에 그쳤다. 국민연금과의 통합은 없던 일로 됐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올해 2조9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조1689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2020년까지는 매년 2조원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021년엔 적자 폭이 다시 올해와 비슷한 3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6년 만에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적자 규모는 2023년 4조원, 2024년 5조원, 2025년 6조원으로 해마다 더 커진다. 이를 모두 합하면 내년부터 70년간 모두 74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여야 합의로 497조원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평균 10조원의 세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야 하고 이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그러나 쓰다고 조금씩 나눠 먹을 수는 없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 특위까지 만들어지고, 국민이 압도적 지지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지금이 쓴 약을 제대로 먹어야 할 적기(適期)다. 시기를 몇 달 늦추더라도 이번에 확실히 개혁을 해야만 한다. 여야가 다시 협상을 벌이는 게 최선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다.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여당부터가 국회선진화법과 야당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다. 머릿속은 총선 때 공무원 표만 계산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변호인으로 나선 야당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오늘이라도 여야를 더 설득해야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대통령이 그런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자 국민이 부여한 의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권에 공무원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합의도 다시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이런 소신을 보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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