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 동계올림픽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15. 1.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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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2018년 개최를 3년 앞두고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경기장과 시설 건설이 늦어져 제때 완공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신설 6개 경기장은 유치 신청서의 착공 예정보다 평균 2년 반 늦은 작년 6~10월 첫 삽을 떠 공정이 6~14%에 그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터 닦기만 할 뿐 재설계가 겨우 12% 진행된 상태다. 올림픽 경기장은 개최 1년 전 '테스트 이벤트' 대회를 치러보고 보완하게 돼 있다. 알파인 경기장과 슬라이딩센터는 2017년 12월 완공 예정이어서 코스나 트랙만 깐 채 치를 수밖에 없다. 개·폐회식장은 장소와 비용 분담 방안을 작년 12월에야 확정했다.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처음부터 사후 관리를 염두에 두고 적은 비용으로 경기장을 짓고, 올림픽 후에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개막 5년 전부터 활용 계획을 세웠다. 2020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도쿄도 이달 안에 시설 활용 방안을 확정해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평창올림픽의 사후 활용 계획은 지금껏 갈팡질팡이다. 신설 경기장과 개·폐회식장 건설엔 6553억원이 들어간다. 이 중 스피드스케이팅과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2390억원을 들여 짓고 2주 경기를 치른 뒤 철거한다. 아직 계획조차 못 세운 알파인 경기장과 슬라이딩센터는 철거할 경우 환경 복원 비용까지 합친 철거비가 건설비 맞먹는 2000억원이 든다. 피겨·쇼트트랙과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운영 주체와 비용 분담을 놓고 여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859억원을 들이는 4만5000석 개·폐회식장은 단 여섯 시간 쓴 뒤 1만5000석만 남기고 철거하기로 했고 역시 활용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들고나온 것이 분산 개최 방안이다. 일부 종목을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미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국내 분산 방안은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서울 목동 링크를 리모델링해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마련하면 사후 활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개·폐회식장의 경우 유치 신청서대로 알펜시아 관람석을 늘려 지으면 160억원만 든다.

확정된 평창올림픽 예산은 11조4000억원으로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다. 중앙정부가 경기장 건설비의 75%, 기반시설의 70%를 부담한다. 그러고도 강원도가 들여야 할 지방 예산이 7000억원을 넘는다. 강원도 재정자립도는 21.6%로 꼴찌에서 셋째다. 올림픽 유치한다며 알펜시아 리조트를 지었다가 1조원 빚을 진 데다 올해 1200억원, 내년 1000억원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빚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산 개최를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원도의 빚을 다른 지역 주민에게 떠안기지 않겠다고 약속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땅콩 회항' 사태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누군가가 나서 하루빨리 조직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평창올림픽을 맞는다. 우리는 1988 올림픽, 2002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실패한 국가로 남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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