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길한 '엘티이 뉴스' 실종 사건

2014. 10.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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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금 누리꾼들 사이에 큰 화제는 에스비에스(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한 꼭지인 '엘티이(LTE) 뉴스' '실종 사건'이다. 정치 풍자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엘티이 뉴스는 그런 분위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현실 풍자 개그 코너라고 할 수 있다. 3일치 엘티이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청와대 인사 문제로 논란이 일 때마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3일치 방영분이 9일 재방송될 때 엘티이 뉴스만 통째로 빠졌다. 또 에스비에스 누리집, 유료 브이오디(VOD), 유튜브에서도 모두 엘티이 뉴스가 사라졌다.

대통령 비판이 문제가 되어 삭제됐을 것이라는 외압설이 불거졌다. 이런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박 대통령이 발언하자마자 검찰이 나서서 '사이버 검열'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런 의심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담당 책임피디는 '우리나라가 원인불명 사망자 비율이 전세계 1위라고 말한 부분이 실종·납치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삭제한 것'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그리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 원인불명 사망을 실종·납치로 오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정말로 이 부분이 문제였다면 문제 부분만 빼고 재편집해서 내보내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대통령 인사 문제가 거론되는 부분까지 모두 들어냈다. 누리집과 브이오디, 유튜브에서까지 모두 삭제됐는데도, 시청자에게 그 이유를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았다. 말 못할 속사정이 있지 않으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행태다. 에스비에스는 속 시원하게 전후 사정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언로를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 하는 박근혜 정부에 있다. 정치 풍자 하나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나라가 민주국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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