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조사 불가' 본심 드러낸 새누리당

2014. 9. 2. 18: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 만난 지 30분 만에 결렬된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여권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이처럼 정확히 보여주는 말도 없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왜 이처럼 지지부진한지, 그리고 어느 쪽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지도 이 말 한마디가 웅변해준다.

세월호 특별법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너무 지나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유족들의 과도한 불신을 나무라며 '정부·여당을 한번 믿어보라'는 요구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불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음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표면적 쟁점은 우리의 법체계 따위의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문제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과연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다. 눈앞에서 꽃다운 우리 아들딸들을 속절없이 물속에 수장시켜 버린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가려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국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심이 그렇다면 최소한 특별법 교착의 원인을 유족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때문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따지자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너무 정략적이다.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이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쉽게 끝날 일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그리고 이런 국가적 참사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정도의 국량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선언은 단순히 세월호 특별법 타결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화합·단결로 이끌며 한 단계 진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부터가 참으로 부질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에 '방탄' 임무를 맡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은 2일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본심'이 바뀔 조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이 될 것만 같아 벌써 마음이 무겁다.

<한겨레 인기기사>■ 박 대통령 제부, 청계천 밑에서 단식하는 이유 들어보니…'우주 섹스 실험' 도중 몰살…비운의 파충류 대원들봉하마을 첫 방문한 홍준표 "노무현 대통령은…"[화보] 청와대로 '삼보일보'…세월호 유족들 "이제 제발 결단을"[화보] '꼬부랑 사모곡'…어머니 그립습니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