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의 '탈(脫)세월호' 시도는 민심 오독이다

2014. 7. 3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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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야당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라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와달라"고 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7·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세월호 정국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당이 앞장서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재·보선 압승을 빌미로 세월호 정국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이 눈물 흘리며 "국가 대개조"를 다짐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유야무야 넘어가자는 건가. 오만하고 뻔뻔하다.

새누리당의 '탈(脫)세월호' 논리는 아전인수요, 견강부회에 가깝다. 여당 압승, 야당 참패로 마감된 선거 결과는 단일한 원인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 '세월호 피로증'을 운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을 향한 비판에는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새정치연합의 무능을 지적한 것이 많았다고 본다. 여기에 명분 없는 전략공천, 야권연대 과정의 전략 부재가 결합해 야당의 궤멸적 패배로 귀결됐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재·보선 민심을 세월호 정국 탈출용으로 삼는다면 주권자의 의사를 오독하는 일이다.

이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을 언급하며 "법과 원칙"을 거론한 것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야당 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형사사법체계 교란을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법학자 230명은 최근 "수사·기소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에 관해 헌법은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주는 것 외에 특별한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며 야당과 유가족에게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 내 율사들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터이다. 다만 조사위 권한이 강화되면 정권의 치부가 드러날까 염려하는 것일 게다. 당당하지 못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표를 준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들겠다. 국가혁신을 이루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듣고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여권은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통과에 앞장서야 옳다.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잘못'을 바로잡아 국가혁신으로 나아가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안이하게 봉합함으로써 더 크고 심각한 사고로 이어져온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텐가. 여당이 승리에 도취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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