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선장에 안전훈련도 전무했다니

입력 2014. 4. 21. 19:00 수정 2014. 4. 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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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참사는 초동대응만 신속하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 피해가 이렇게 커진 데는 아무런 대피 조처나 안내도 없이 승객을 내팽개쳐둔 채 자기들만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탓이 크다. 수사당국이 승객 보호 의무를 저버린 선장과 간부 선원들을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하기로 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비극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과연 이들뿐일까.

선원들은 수사 과정에서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선원법과 시행규칙에는 열흘에 한 번씩 소방훈련·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구명정은 두 달에 한 번씩 바다에 띄워놓고 훈련하도록 되어 있고, 승무원의 4분의 1 이상이 바뀌면 출항 후 24시간 이내에 비상훈련을 해야 한다. 같은 훈련을 되풀이하고 거듭 확인하는 까닭은 판단력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인 위기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세월호에선 이런 법규와 매뉴얼이 깡그리 무시됐다. 형식적인 훈련조차 없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 지출한 돈은 고작 54만1000원이었다. 비상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질서있게 대피를 이끄는 일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세월호는 전체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6개월~1년 단위 계약직이었다. 위기 때 인명구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여객선 운항의 핵심이라는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 17명 가운데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조직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인 선장이 정규직·비정규직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진 선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지휘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실제로 급박한 침몰 순간 세월호에서 진도 해상관제센터와 교신한 사람은 선장이 아닌 정규직 일등항해사였다. 선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무너져 있다 보니, 대피 조처나 퇴선 명령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선장에게 강한 지휘권을 부여하는 것은 여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높은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권한에 상응해 책임도 커지게 된다. 그런 선장과 주요 선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운 것은 승객의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다. 게다가 안전훈련조차 소홀히 했다. 수사를 통해 선사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비용을 줄이겠다고 큰 책임과 위험이 따르는 일까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잘못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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