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 선거가 닥치니 또 경제민주화 꺼내나

2014. 2. 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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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지속적 추진을 다짐했다. 황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의 헌법정신까지 거론하며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는 대한민국 경제의 전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개의 수레바퀴"라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중단없는 실천을 공언했다. 경제활성화를 빌미 삼아 경제민주화를 중도폐기한 것을 감안하면, 가히 경제민주화의 복권으로 들린다. 황 대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대선 출마선언문)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명도 환기시켰다. 다시금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깨닫고 실천을 다짐한 것이라면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경제민주화론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최대 공약인 경제민주화가 집권 1년 만에 어떻게 굴절됐는지를 목도해온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대선 때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선점해 핵심 공약으로 삼은 것 자체가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기 때문일 터이다. 한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입법이 완료된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 축소,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에 그친다. 독과점을 완화해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고, 재벌의 불법·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아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자는 경제민주화의 대의를 달성하기엔 턱없다. 원인은 박 대통령이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회유·반발에 밀려 속도조절론을 펴고 정부·여당이 정책 방향을 선회한 탓이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신중론을 피력한 이후 지난 연말국회에서 통과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빼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이 모두 국회 상임위에 사장되어 있는 게 실상을 웅변한다.

황 대표의 경제민주화 실천 약속이 진정성이 있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서랍에 잠자는 핵심 법안들의 입법화를 통해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직결된 상법 개정, 대주주 적격 심사를 확대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갑의 횡포를 견제할 일명 남양유업법 등이 대상이다. 공히 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민주화 공약들이다. 구체적 입법화를 통한 실천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황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약장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거용 사탕발림에 두 번 속을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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