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스위스行에서 불거진 작은 소동

2014. 1. 2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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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가운데 스위스 측이 2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양국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돌연 취소하겠다고 통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당초 양국은 이날 관광 및 무역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키로 했었다. 같은 날 열리는 한·스위스 정상회담과 패키지로 묶인 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스위스 측이 지난 16일 일방적으로 행사 취소를 한국 측에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이라도 스위스 측의 입장이 바뀔 수는 있다고 하지만 외교적 사고가 터진 것은 분명하다.

보통 정상회담이 열리면 양국 간 여러 건의 MOU가 체결된다. 우호관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표다. MOU 체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 측이 이를 일방 취소한 것은 관례상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적 결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경 보도가 나간 뒤 외교 라인에서 백방으로 뛰어 MOU 체결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떤 터무니없는 양보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관세를 둘러싼 양국 관세청장 간 이견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관세가 문제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이 결정된 과정부터 따져볼 필요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다보스 포럼은 고위 정치가, 관료, 사업가 간 고급 사교의 장이다. 진지한 토론보다는 장삿속 행사라는 비판과 논란이 항상 제기돼왔던 터다. 그런 행사에 대통령을 모시기 위해 누군가가 무리를 해서 한·스위스 정상회담을 급조해 엮어 넣었다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관세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구체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대통령 일정을 확정하는 등 MOU 체결도 급조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나라 망신을 당했고 대통령 체면도 구겨졌다. 박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누가 기획했는지, MOU 소동은 왜 생겼는지 조사해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을 사교 무대에 모셔야 할 이유부터가 없었던 일이다. 그런 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깎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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