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오류 논란에 눈감은 교육당국, 뒤탈 없겠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어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국어 응시자 기준으로 60만6074명의 수험생에겐 오늘 성적이 통지된다. 대입 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뒤탈이 없을지 걱정이다. 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세계지리 8번 문제에 대한 합리적 정정 조치 없이 어제 발표가 강행된 탓이다. 출제 오류의 허물도 놀랍지만 군사작전 벌이듯 채점 결과 발표와 통지를 밀어붙이는 교육당국의 배짱은 더 놀랍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어제 오류 논란과 관련해 "정답인 2번이 고교 과정에서는 최선의 답"이라고 했다. 그는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하고, 경제현황에 대한 실제적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세계지리 과목의 특성에 맞게 지역경제 협력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교육당국은 '수능 문제로서 이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8번 문제 오류 논란을 일방적으로 매듭지은 셈이다.
교육당국의 고충은 익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계지리를 응시한 수험생 3만7684명의 50%가량이 정답인 2번을 선택했다고 한다. 오류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문제를 모두 맞힌 것으로 처리하면 단 1점으로 당락이 바뀌는 대입 국면에서 2번을 고른 수험생들이 집단 반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세계지리 표준점수가 떨어져 전반적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고민을 더할 것이다. 그러나 성 원장의 아들딸이 8번 문제를 틀렸는데도 '최선의 답' 운운하며 항의를 뭉갤 수 있을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세계지리 과목채점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은 66점, 1등급 컷은 65점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배점 3점인 8번을 틀린 학생은 1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불이익을 받게 된 수험생과 학부모가 두 손 묶고 가만히 있겠는가.
교육당국은 '교과서대로 냈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등의 경직된 입장으로 일관하다 어제 발표까지 밀어붙였다. 더욱이 어제 발표에선 정오표의 잣대를 내미는 대신 '최선의 답'이란 희한한 설명을 했다. 교육당국엔 '교과서 근본주의자'들만 우글거리는 것인가. 현행 교과서의 오류를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하기는커녕 대학 입시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고집만 부리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교육당국은 '열차는 떠났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싶어할지 모른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자충수를 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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