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기문란' 의혹, 이대로 덮고 넘어갈 셈인가

2013. 7. 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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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의혹은 일반 상식으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생산에서부터 관리, 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국가 최고 기밀문건이 제멋대로 만들어지고, 은밀히 나돌아다니고, 선거에 활용된 것이 분명한데도 그 진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은 2007년 10월 정상회담 직후 만들어져 국가기록원과 국정원에 한 부씩 보관됐던 문건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애초 문건은 사라져버리고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하던 2008년 1월 새로 만들어진 대화록이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씨는 "2008년 1월에 대화록이 만들어진 것은 나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으나, 국정원 쪽은 "김 전 원장의 지시를 불이행한 적이 없다"고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결국 이 사안은 국회 또는 검찰이 나서서 명백히 진상을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대화록을 재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내용의 왜곡이나 조작이 없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자진실토로 촉발된 대화록 불법 유출 및 선거운동 활용 문제도 그냥 흐지부지 넘길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통일비서관 출신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대로 "내가 (김무성 당시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아는 대로 (대화록 내용에 대한) 구두보고를 드렸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밀문서를 보았는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서 취득한 기밀을 여당 선거운동 책임자에게 보고한 행동은 적법했는지, 여당 선대위 관계자가 이런 국가기밀을 보고받을 자격이 있는지 등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이 기밀을 활용해 유세활동을 펼친 사실이 명백한 만큼 그냥 없던 일로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지금 정치권이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불필요한 '엔엘엘(NLL) 공방'이 아니라 국가기밀의 무단 생산과 불법 유통, 선거 활용의 진상을 밝히는 문제다. 특히 민주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말만 앞설 뿐 제대로 된 전략이 있는지 몹시 의심스럽다. 여야 합의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공개를 추진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기문란 의혹들이 국민의 시야에서 실종돼 버렸는데도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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