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수장학회 보도,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 기대한다

2013. 7.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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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관련 보도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게 검찰이 2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장학회 관련 인사는 무혐의 처리해 놓고 정당한 보도를 한 기자를 기소하고 실형까지 구형한 것은 잘못된 법집행 사례로 검찰사에 길이 남을 것임을 다시 지적해둔다. 최 기자의 보도는 한국신문협회가 그해 최고의 기사에 주는 한국신문상을 비롯해 한국기자협회와 미디어공공성포럼 등 언론 유관단체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휩쓸 정도로 언론사에 남을 특종기사였다. 그런 보도를 한 기자를 법정에 세운 것부터가 검찰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최 기자의 취재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당시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은 지난해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장학회 보유 문화방송 주식을 팔아 이자수익으로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대화록을 읽어보면 이들의 모의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처럼 또 하나의 공작을 시도하려 했던 셈이다.

그 은밀한 현장을 확인하게 된 기자에게 이를 모른체하고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상식을 한참 벗어난 무리한 요구다. 최 기자가 최후진술에서 밝혔듯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도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듯이, 법률적으로도 허점이 많다. 정수장학회 매각 여부가 당시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보도를 통해 얻게 된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이 대화록 공개로 침해된 최 전 이사장 등의 '사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해 판례상의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더구나 애초 정보기관 등의 불법도청 방지를 위해 만든 입법 취지에 비춰보면, 담 넘어 들려오는 대화처럼 우연하게 다른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것이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면서도 처벌은 하지 않도록 한 14조 1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검찰은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해놓고 대선이 끝난 뒤 최 기자를 전격적으로 기소했다. 정수장학회 사건의 이해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법원은 달라야 한다. 법률적으로도 그렇고, 형평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 무리한 기소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해줘야 한다. 다른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제대로 판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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