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합리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서둘러 손질해야
요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가정마다 요금폭탄을 맞았다며 아우성이다. 월평균 4만원대 전기요금을 내던 서울 중구의 한 가정은 평소보다 8배 많은 34만원이 나온 고지서를 받은 뒤 황당해하고 있다. 집마다 대부분 평소보다 2~5배 많은 전기요금을 내야 할 판이다. 전기 값이 싸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에서 이게 웬일인가. 주요 포털 사이트마다 '전기요금조회'가 실시간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다. 전기요금을 조회할 수 있는 한국전력 홈페이지(cyber.kepco.co.kr)는 접속 폭주로 한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전은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항의전화와 문의전화가 빗발쳐 곤욕을 치렀다.
올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많이 튼 탓으로 돌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물론 지난달 3일 전기요금을 올린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전은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도 2.6%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전기요금 '폭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때문이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을 많이 매기는 것이다.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서민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주택용에만 도입했다.
현행 누진제는 월 100kwh 단위로 모두 6단계로 요금을 나누고 있다. kwh당 1단계 요금이 57.9원이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6단계는 677.3원이다. 요금 차이가 11.7배에 이른다. 가정에서 400㎾를 사용한 경우 한달 전기요금은 6만6000원이지만, 600㎾를 사용하면 18만원으로 오른다. 사용량은 50% 늘었으나, 요금은 300% 오르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누진율은 1.4배, 미국은 1.1배에 불과하다. 우리가 너무 차이를 크게 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가구당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1998년 163kwh에서 지난해는 240kwh까지 늘었다. 300kwh 넘게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 비중도 5.8%에서 33.2%로 급증했다. 하지만 한전은 누진제를 2004년 이후 8년 동안 손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운영했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전은 뒤늦게 누진제에 손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누진 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누진율 격차를 3배 정도로 줄이겠다고 한다. 문제는 시행 시기다. 한전은 전력수급상황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적어도 2014년 이후에나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내년까지는 전력수급상황이 어려운 만큼 누진제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너무 안이한 자세인 듯하다.
한전은 서둘러 전력요금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물론 국민들의 자발적 절전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펑펑 쓰도록 내버려둘 만큼 우리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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