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현실 부끄러워 차마 훈장받을 수 없다'

2006. 11. 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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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버린 우리의 교단, 우리의 교육현실을 볼때 평생 교단에 몸을 담아온 입장에서 과연 훈장이나 포상을 받을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수 없다. 참교사가 되기위해 노력했지만 교육현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훈장을 보면서 미안하고 부끄러워 하기보다 포기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했다".

정년퇴임을 앞둔 마산 합포고등학교 김용택 교사가 밝힌 훈장거부의 변은 우리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일생을 교육에 헌신한 교사로서 훈장을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학교가 입시장으로 전락하고 참교육은 실종된 교육현실을 남기고 떠나면서 훈장을 받을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훈장 거부는 다시금 황폐한 교육현장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의 녹조근정훈장을 포기하면서 밝힌 그의 견해들은 우리 교육현장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간과할수 없다. 그는 학교에 '교육'은 없고 '입시'만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엄연한 현실일 것이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리고 폭행까지 하는 학생,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자는 학생들은 흔들리는 교권과 사교육의 뒷전에 묻힌 공교육의 초라한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이같은 교육파행을 초래한 것은 정부와 교육당국, 대학과 학부모 등 모두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견해에 다른 의견들이 있을수 있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우리 교육계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대학입시'라는 덫에 사로잡혀 신음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과 집착, 그 엄청난 국가적 교육에너지가 과연 학생들의 행복하고 성공적인 미래, 사회의 균형발전,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막대한 에너지의 물길을 제대로 터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학생들은 여전히 '점수'와 '일류대' 스트레스에 짓눌려있고, 학부모들의 허리는 사교육비로 휘청거린다.

교육은 단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벌주의, 돈과 직업, 가치관 등 제요소들과 맞물려있다. 그만큼 난제인 것이다. 김교사는 붕괴하고 있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훈장을 거부한 그는 정권과 교육당국, 대학과 교사들에게 풀어야 할 화두를 주고 평생 지켜온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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