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보는 새행정수도 정책

입력 2004. 8. 3. 05:03 수정 2004. 8.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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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같은 자본주의국가들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마다 제도들이 매우다르다. 그 중에서도 노동시장제도와 사회정책 등 소득분배와 관련된 제도들은정말 특이하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노동시장의 이동성과 유연성이 높은 반면,일본에서는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방식 때문에 그렇지 않다. 또, 북유럽의코포라티즘, 독일의 도제제도, 프랑스식 최저임금제는 미국식은 물론 일본식과도다르다. 나아가 유럽 전역에서는 노사협상이 사회 동반자적 관점에 따라이루어지는 반면, 북미에서는 그러한 용어가 우스꽝스럽고도 무의미하다. 모두가시장경제를 채택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지만 그 제도적 장치들은 이처럼 다양한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서로 다른 분배제도들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혹자는 미국식 노동시장제도와 빈약한 사회정책이 일본이나 유럽의 노동시장제도와높은 수준의 사회정책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어떤이는 유럽식 제도가 더 높은 경제적 성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질문에 매달려왔는데, 연구결과는 결코 이처럼 단순하지않았다. 노동조합이라는 제도의 존재 여부가 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1990년대 저명 논문들을 조사해보면 이들 중 3분의 1 정도가 노조기업의 생산성이비노조기업에 비해 더 낮으며, 나머지 3분의 2 정도가 노조기업의 생산성이 더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노조기업의 생산성이 분명히 높기는 하지만 그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노동자간임금격차는 크게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제도와 고용보호법, 산별교섭방식 등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의 제도개입역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보여주지 않았거나, 효율성제고 효과가 있더라도 그 정도는 미미하였다. 물론, 이러한 개입을 철폐했을경우에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주장은 더더욱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중요한 사실은 정부 차원의 이러한 개입 여부가 국민들의 소득격차에는 큰 영향을끼쳤는데, 특히 산별교섭 방식이 종료됨으로써 소득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는점이다.

이처럼 분배관련제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촉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경제성장을 저해할 확률과 성장을 촉진시킬확률이 각각 3분의 1과 3분의 2 정도인데, 후자의 규모도 눈에 띄게 크지는 않다고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의 도입은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와소득불균등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소외된 다수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사회적’ 효과를 가져왔던 점은 분명하다.

최근 새행정수도의 건설을 두고 수도권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그 중에서도지난 50여년 동안 불균형 발전의 이익을 톡톡히 보아 온 서울공화국파워엘리트들의 반대는 격렬하다. 이에 이전비용 등 기왕의 반대논리와 함께, 최근들어서는 이로 인해 국가전체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 서울 소재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수도 이전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들은 많지 않아 그 방향을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 그래서 분배 관련 제도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들에의존하여 억측()을 부려볼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확률이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3분의 2정도로 더 높다. 물론 그 효과가 그리 크지않으리라는 사실을 나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도 변화가 부유한 서울과빈곤한 지방의 소득격차를 줄임으로써 지방의 반세기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적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어떤 제도변화의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계산 가능한 ‘경제적효과’는 물론 계산 불가능한 ‘사회적 효과’를 함께 볼 줄 아는 지혜로운 눈이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편협하고도 이기적인 외눈박이 상태를 벗어나 두개의눈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한성안/영산대 경영학부 교수ⓒ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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