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만열] 한국어도 글로벌 언어다

2012. 5. 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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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무분별한 관용은 곤란… 한국어 능력에 대한 기대치 높여야"

최근 5년간 세계적으로 한국어교육 열풍이 일어났다. 한국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도 상당히 늘어났다. 내가 일하는 경희대의 한국문학 수업에도 많은 외국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낯설어 하면서도 상당히 잘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친절이 도리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외국인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한국어로 대화하려는 의지는 중요하며, 그러한 것을 통해 한국어가 세계 속에서 중요한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한국어를 쓰려는 외국인들을 마냥 아이 다루듯 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자세이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외국인의 한국어 구사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심각한 것은 많은 외국학생들이 고급 한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배우지 못하고 있으며, 복잡한 내용의 표현이나 멋들어진 에세이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한국어 교재의 부재, 혹은 한국어 교육지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선입견도 문제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교수들도 외국학생의 글 쓰는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대부분 그냥 넘어가는데, 이러한 봐주기는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도 고급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미래에 한국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학생들을 소홀히 가르쳤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도 손해다.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을 한국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에 두고 있다. 한국어 강의 시간에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을 교정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은 거의 없고 보통 한국 사람들도 외국인이 발음을 잘못 하거나 잘못된 어법을 노출시켜도 그것을 지적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한국어 표준 발음과 어법에 대한 교정 노력 부족은 한국어가 국제언어나 지구촌 언어는 아니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관점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외국인들이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조직에서 일할 때는 영어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일을 해봤지만 대부분의 한국 조직에서 외국인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확언할 수 있다. 한국이 점차 세계적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한국은 외국인들을 조직 내부에 통합시켜야 할 필요가 커질 것이다. 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 가운데 하나는 물론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어가 빠른 속도로 지구촌의 중요한 언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나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어가 이탈리아어 수준 정도는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과학이나 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한국어는 이미 스페인어, 프랑스어, 또는 이탈리아어와 비슷해졌거나 더 중요해졌다.

나 또한 한국인들이 나의 한국어 구사나 글쓰기에 관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한국인들이 내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 대해 틀린 부분을 솔직하게 지적해주었다면, 나의 한국어 실력은 더 향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기대치가 낮다. 나만 해도 한국어로 실수를 해도 그것이 실수인지 모를 때가 부지기수다. 만약 한국인들이 높은 수준의 한국어 작문이나 제대로 된 한국어 구사를 요구한다면 외국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확실히 더 나아질 것이다.

이만열 경희대 비교문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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