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글로벌 'IT 大戰'에서 승리하는 길

기자 2011. 8. 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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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서울대 공과대 교수 전기컴퓨터공학

지난주 글로벌 정보·기술(IT)산업 구도의 재편과 관련된 구글과 휴렛팩커드(HP)의 전략적 움직임에 관한 뉴스가 부품·단말기 하드웨어(HW) 중심의 국내 IT산업 앞날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구글은 125억달러를 들여 이동통신 시장 개척의 선구자이던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모토로라가 보유한 1만7000건의 등록특허와 7500건의 출원특허를 경쟁사의 특허공격 방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향후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 단말기 연구·개발(R&D) 조직을 구글의 관련 인프라와 통합함으로써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구글의 이러한 움직임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IT산업 대표주자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는 구도다.

한편, 지난해 스마트 단말기 사업 진출을 위해 팜(Palm) 운영체제(OS)를 12억달러에 인수한 HP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스마트 단말기 사업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PC사업부를 분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용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의 오토노미를 103억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과 HP의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부품·단말기 HW 위주의 한국 IT산업에서는 전환기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SW 중심의 선제적 리더십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시장은 삼성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블랙베리폰을 제조하는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을 인수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현 시점에 애플과 구글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시장 구도에서 반도체 라인 몇 개의 증설에 상당하는 금액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 인수한다면 기업 문화적 관점에서 계산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준비가 돼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IT산업은 HW 중심의 산업정책과 리더십 때문에 최근까지 글로벌 시장 선도 경험을 갖춘 최고급 SW 전략가와 기술자가 성장할 수 있는 내부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SW 플랫폼의 가치는 소수의 최고급 인재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국내 시장 위주의 국산 SW 육성 정책과 단순한 인력 양산 프로그램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은 없이 많은 SW 인력을 확보, '하면 된다'는 사고로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10년 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에 실험실 벤처를 설립, 글로벌 기업 SAP와의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신기술 플랫폼을 R&D해서 내보낸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SW 중심 IT산업의 핵심은 최고급 글로벌 인재의 양성과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 글로벌 기업 문화다. 이러한 인재가 일천한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전략적으로 글로벌 M&A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고급 글로벌 SW 인재들을 영입,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보상받을 있도록 기업 문화와 인사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글로벌 인재의 적극적 영입은 장기적으로 국내 인재들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고급 글로벌 인재들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글로벌 SW산업의 추세를 이해해 선제적 전략·전술을 책임있게 실행할 수 있는 최고위 리더십이 없이는 IT산업의 새로운 구도에서 헤게모니전(戰)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매우 복잡한 SW 중심의 IT산업을 전통적인 부품·단말기 HW사업 시각에서 피상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선제적 전략·전술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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