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과 한나라당의 딜레마

입력 2011. 5. 27. 11:57 수정 2011. 5.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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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보도국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A. '대학 반값 등록금'은 먼저 풀어야 할 수수께끼 3가지가 있다.

1. 도대체 얼마나 비싸게 받고 있는 것인가?

- 말이 필요 없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공인받은 사항.

2.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가?

- 정부 교육당국과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공권력(?)을 동원해 밝혀야 할 과제이다. 이걸 먼저 철저히 파헤치고 분석해 과다하게 책정된 등록금을 깎아내리는 것이 반값 등록금 해결의 요체이다. 전체 대학의 78%에 이르는 사학재단들이 재단전입금을 얼마나 내고 있고, 금고에 쌓은 재단 적립금은 얼마이며 그동안의 사용처는 어딘지 소상히 밝혀냈으면 한다.

3. 비싸면 비싼 값을 하고 있는가?

-고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으로 몰려든다. 많은 학생들로부터 그리 비싸게 받아 국가 및 학생들의 미래에 비전을 주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교육의 부실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입학 정원도 못 채우는 4년제 대학이 전국에 77개. 비싼 등록금을 꼬박 내고 다녀도 학문 탐구는커녕 취업률은 52%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20%는 대학졸업장과 전혀 관련 없는 일자리로 간다.

2009년 10월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사립대 감사결과를 살펴보자. 2007년부터 3년 동안 각종 비리로 감사 받은 곳이 40 곳, 사립대 138 곳 중 65.2%에 해당하는 90 곳이 족벌 세습운영, 학교재산 유용과 부당한 회계처리가 400억 원, 교수직 돈 받고 팔고, 친인척으로 직원 채우고, 등록금 올리며 그 돈으로 땅 투기도 함께 하고, 학교 돈으로 호주에 골프장 구입했다가 재산 국외 도피로 구속된 대학총장도 있는 게 우리 사립대학 현 세태이다. 정말 비싸게 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B. 수수께끼를 푼다 해도 다음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1. 대학에도 못 간 청년들은 어쩔 건가? 2. 일자리는 없고 대학졸업생은 쏟아져 나오는 문제는 그대로 두고 일단 졸업부터 무사히 시키는 것이 최선인가? 3. 해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도 수백억 원 씩 지원을 늘려 가겠다는 것인가? 4. 재단만 살찌우고 교육수준은 형편없는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언제하려고 돈을 쏟아 부어 목숨을 연명해 준다는 것인가? 5. 대학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주는가, 대학에 줄 건가? 줄 건가, 꿔줄 건가?

한국 대학교육의 철학은 무언가?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대충 공부해도 가능하고, 사학재단만 배가 커지고 국립대도 사립대 쫓아가려 기를 쓴다. 그리고 등록금 융자는 장기저리도 아닌 복리라면?

C. 반값등록금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방법은 세수 증가분, 추가 감세 철회분, 세출 구조조정분,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이익금 등에서 가져 온다는 것이다.

1. 추가감세 철회분 - 추가로 감세하려던 걸 그만둔다고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다. 지금 이대로 걷는다는 뜻

2. 세수 증가분 -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더 짜낸다는 의미. 추가감세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니 다른 데서 짜낼 것이 당연하다

3. 세출 구조조정분 - 어디를 줄이려 하는지 물어보자. 국방비? 4대강 건설? SOC 예산? 한나라당 정권으로서는 줄일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예산들이다. 이미 무상급식 논란에서 스스로 주장하지 않았는가. 결국 교육과 복지에서 줄일 것이 십중팔구 틀림없는 일이다.

4. 세계잉여금 - 세금이 뜻밖에 많이 걷혀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이것은 국가가 발행한 국채의 원리금을 갚거나 외국에서 꿔 온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써야 한다. 국가 채무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 채무변제에 쓰기도 빠듯하다.

5. 한국은행 이익금? 시중은행 대출 이자, 한국은행 보유 유가증권 이자, 외화 거래 차익 등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걸 가져 오겠다고 한다. 모르고 하는 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돈은 채권으로 발행된 통화안정증권 이자 지급, 유가증권 매매손실 시 사용할 충당금, 화폐발행 비용 등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다. 2004년~2007년 3년 연속 한국은행은 적자였다. 이 적자는 당연히 국민의 혈세로 겨우 막아왔다. 겨우 흑자로 돌아서도 적자 일 때를 대비해 적립해 둬야 한다. 만약 한국은행이 흑자를 내고자 한다면 은행에 빌려주는 돈의 이자, 외환매매 수수료, 유가증권 매매 이익률을 확 높여야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시중은행들은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 이자를 올릴 수밖에 없다.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인플레가 발생해 물가가 뛰게 된다.

D. 왜 등록금을 깎기보다 국고에서 지원하려 하나?

한나라당 내에 사학재단 전현직 이사로 관계가 깊은 사람들 출석을 불러보겠다. 김호연 의원 - 서강대 이사, 윤진식 의원 - 단국대 이사, 정몽준 의원 - 현대학원 이사장, 박근혜 전 대표 - 영남대 이사장, 나경원 의원 - 총신학원 이사, 장제원 의원 - 동서대학 학장 출신, 강석호 의원 - 백신학원 이사장, 여상규 의원 - 신진학원, 김태환 의원 - 성일학원, 정해걸 의원 - 삼영학원, 조진형 의원 - 송도학원, 고승덕 의원 - 유신학원 이사 .......

또 황우여 원내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 때 기독교 사학재단들을 대신해 맹렬한 개정반대, 재개정 투쟁을 벌인 당사자이다. 그의 지지기반이 기독교 사학재단들이다. 사학재단은 후원금도 상당히 짭짤하게 낸다. 사립대 총장과 이사들은 얼마든지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사립대가 마구 높여 놓은 등록금을 깎아내자고 덤빌 사람이 한나라당에 있을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게 될 지 두고 볼일이다.

더불어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안을 통해 사학재단의 자율성을 높이려 한다. 학교회계와 법인회계의 통합, 친족관계 이사 비율 폐지, 학교 법인 해산 때 잔여 재산의 30%는 설립자나 가족에게 지급, 국고지원 강화 ..... 정부가 지원은 강화하고, 운영은 설립자 가족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추진 내용이다. 사학비리를 척결해 재단으로 들어가는 돈을 학생들에게 되돌리는 것이 친서민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고, 등록금 대폭 인하도 친서민 공정사회 실현 방안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학비리와 족벌경영의 개혁쇄신을 가로막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국고를 짜내겠다 한다. 상체 하체가 따로 놀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좌회전하려니 덜컹거리는 것이다.

이건 마치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비슷하다.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 이라고 간판 고쳐달게 하고, 부실비리 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주먹구구식 지원으로 사람만 잔뜩 몰려들게 하고는 결국 폭발해 버린 뒤 다시 국고지원을 논하는 저축은행.

대학 역시 전문대, 단과대, 종합대 ..... 규모와 교육 내용에 관계없이 대학 이라 간판을 고쳐 달게 하고 재단부실비리 감독 못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을 모두 대학에 집어 넣더니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E. 한나라당에는 시간이 없다.

반값 등록금이 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빨리 처리해 내년 1학기엔 반값 등록금 고지서가 등장해야 한다. 늦으면 자칫 총선에서 다수당으로 바뀔지도 모를 야당한테 죽 쒀서 넘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내부의 저항과 정부 부처의 저항도 그대로이다. 대통령은 야당 흉내 내지 말라 한다. 남은 길이 바쁘고 멀고 험하다. 갈 수 있을까? 차라리 돌아갈까? 여기서 돌아가면 돌 맞는다. 한나라당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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