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

정치부·김시현 shyun@chosun.com 입력 2011. 4. 7. 11:20 수정 2011. 4. 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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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기자가 국회 본청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며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구상찬 의원, 박 전 대표의 비서관이 나타났다.

기자가 인사를 하자 박 전 대표가 가벼운 목례로 답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 했다. 그 순간 구 의원이 기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에이, 둘만 타게 할 순 없지."

기자는 "저도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 의원은 웃으며 "어서 내려요. 김 기자"라고 했다. 기자가 구 의원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이 박 전 대표와 비서관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구 의원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자 "특종을 김 기자한테만 줄 수는 없지"라며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시라"고 했다. 기자는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근들의 박 전 대표에 대한 '과잉 의전'을 다시 한번 실감한 순간이었다.

지난 4일 박 전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오는 길목엔 1시간 전부터 경찰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사람들을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박 전 대표가 도착하자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 위해 가까이 가려 했고, 이를 막으려던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다른 행사에 참석할 때에도 기자들은 항상 그를 기다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여러 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육성(肉聲)을 직접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평소 기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구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정말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안 되는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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