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학 경쟁력 발목잡는'官治'단념하라

기자 2011. 1.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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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진 서울대 교수 경제학

이명박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한 일선 대학총장들의 비판이 거세다. 전국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1일 개최한 정기총회 및 동계세미나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자율에는 사회적 책무가 반드시 따른다면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필요한 일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많은 대학의 총장들은 이것이 또 다른 규제이며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교과부 장관과 대학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대학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 간의 균형 있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과부와 대학 모두 함께 변해야 한다. 먼저, 대학은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과부는 한국 교육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한 현재의 상황에서도 과거의 구태의연한 규제 방식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개별 가격을 직접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원리에 역행하는 구시대적인 유물이다. 과거 개발연대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을지 모르나 현재의 경제 수준에서는 일시적인 약간의 효과에 비해 너무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별 경제주체의 여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는 가격 구조의 왜곡과 그에 따른 비효율을 초래한다. 대표적인 예가 전력요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최근 교과부 장관의 언급은 부적절했다. 이미 등록금 상한제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지난 수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자제해 왔는데 추가적인 요구는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각 대학의 적정한 등록금 인상 폭에 대한 정보를 아무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통제는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획기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려는 대학의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결과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

또한 등록금 인상 정도에 따라 교육 지원금을 각 대학별로 차등 배분하겠다는 교과부의 방침 역시 또 다른 규제를 불러 올 것이다. 지난 수년간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하고 올해 인상 요인이 발생한 대학은 지원금 축소라는 처벌을 받게 되는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규제와 많은 불합리한 방식이 도입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 입시에서의 논술 비중 축소 등도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규제를 낳고 그것이 또 다른 규제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현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대학들은 생각한다. 실제 어느 대학 총장은 임기중에 의욕적으로 일해 보려 했으나 교과부의 온갖 규제에 두 손 다 들고 무력감 속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날 대교협의 분과별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한 교수 역시 "정부가 대입정책과 방법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따르는 대학들에만 재정 지원의 우선적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발상은 또다른 교육 관치(官治)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현재 대학이 체감하고 있는 이러한 관치 규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교과부가 과거와 같이 규제하는 방식을 버리고 대학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면서 그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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