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당연하다

기자 2011. 1. 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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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 서울대 교수·윤리교육학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초·중·고교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소지 금지'에 이어 '수업외 시간 사용제한도 인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서울의 한 고교생이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 규정에 반발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데 대한 결정이다. 인권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해당 학칙이 헌법에 규정된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자유' 침해 우려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이러한 결정을 반기는 쪽은 '수업시간 외에는 학생들에게 통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반면 지금도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휴대전화까지 허용하게 되면 교실은 그야말로 엉망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현장 교사들은 인권위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이는 교육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결정이며 무너진 학교 질서를 더욱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허용할 경우 교실 붕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대체로 우려하는 쪽이다. 그러지 않아도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공부는 아예 제쳐 놓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이 과연 인권의 문제인가. 부모가 자녀의 귀가 시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것이 인권 침해인가. 부모의 사랑(양육권)도 자식의 자유(인권) 앞에서는 제한되는 게 옳은가. 물론 사랑의 이름으로 모든 행동이 용서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몇몇 일탈 사례를 이유로 학교로부터 '사랑의 매'를 빼앗는 것은 학교의 교육권을 빼앗는 것이요, 교육자의 자존심을 빼앗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없는 곳에 참된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만일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인권의 문제라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조용히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로부터 학습권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사로부터 교육권을 빼앗는 것도 인권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최근 학교에서는 인사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수업 시작과 더불어 '차렷' '경례'하는 의식조차 생략하는 학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만일 교회에서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예배 의식을 생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회일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예의와 규율이 사라진 학교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학교일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정을 만들어 시행한다. 그 중에는 상벌 규정에서부터 두발이나 복장에 대한 규정까지 다양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사회생활을 위한 규율을 익혀야 할 뿐만 아니라, 인내·절제·배려 등의 덕목도 함양해야 한다. 학교는 이를 위한 훈련의 장으로서 학생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금욕적 자세가 요구된다. 예로부터 '신독(愼獨)'을 강조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부란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의 훈련'이요, 정신 집중 없이 참다운 학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복장도, 두발도, 화장도 만일 그것이 참다운 학습을 방해한다면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진정한 자유는 자의(恣意)가 아닌 자율(自律)이다.

이제 교사들에게 교육을 믿고 맡겨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학생의 권리(학습권)를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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