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뒤집어보기] 국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이유

2010. 9. 8.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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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나라들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각국에 내재해 있는 노동·자본·기술 등을 사용해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한 나라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지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70년대 초반에는 10%대를 기록했고 90년대 초반까지는 8~9%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4%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3%대 중반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더 나아가 고령화 등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국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2%대 이하로 급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근본 이유는 추세적이고 구조적 요인들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자본수익성 하락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경제가 성장하면서 주요 산업이 성숙 산업으로 전환되고 자본수익률이 하락해 투자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 총고정자본형성증가율은 70년대 평균 14.9%에서 2006~2009년에는 1.4%로 떨어졌다.

둘째, 서비스업 미발달과 낮은 생산성이 문제다. 내수 중소기업 성장의 기반이 되는 국내 서비스시장의 GDP 대비 비중은 2007년 55%로 미국 69%, 일본 72%, 독일 63%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2000년에는 66.1%였으나 2007년에는 44.6%로 오히려 하락했다.

셋째는 내외수 부문 간 성장 효과 연계에 의한 선순환 구조 약화다.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내수시장 성장이 정체됐고, 수출산업의 구조 변화가 내외수 연계 효과를 저하시켰다. 지난해 수출은 90년에 비해 10배 늘어났으나 내수는 5.3배 증가에 그쳤다. 또한 수출산업 성숙화로 국내 투자가 부진하고, 산업의 지식화로 고용 효과도 떨어졌다.

넷째, 금융의 낮은 경쟁력과 산업지원 기능의 약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가계 위주로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중개와 산업지원 기능이 축소됐다. 예금은행의 대출금 중 산업대출금은 99년 68.4%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57%로 낮아졌다.

다섯째,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 투입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활용이 저조하다. 경제활동참가율이 2005년 61.8%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60.8%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이 2000년 60.1%에서 지난해 58.2%로 1.9%p 낮아졌고 여성 고용률은 2007년 48.9%에서 지난해 47.7%로 1.2%p 하락했다.

여섯째, 미흡한 사회적 자본과 갈등구조의 고착화다. 2007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사회적 자본 순위는 118개국 중 26위에 머물렀고, 사회적 자본 크기는 10만7864달러로 OECD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념 간, 세대 간, 남북한 간 갈등이 고착화되는 것도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 창출과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3%대 중반까지 하락한 잠재성장률을 최소한 2%p 높여 5%대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2호(10.09.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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