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12월 4일] 호남이 변하고 있다

2009. 12. 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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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론조사 회사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이끌고 있는 정기남씨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11월초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정씨는 "잘 들여다보라"는 암호 같은 얘기까지 덧붙였다.

그래서 유심히 들여다봤다. 박근혜 35.4%, 유시민 7.6%, 정동영 5.4%, 손학규 4.4%, 이회창 3.4%, 오세훈 3.0%…정세균 0.5%, 정운찬 0.5%였다. 순위는 별 변동이 없었으나 10월 조사와 비교하면 박근혜 유시민이 각각 8.2P%, 2.9%P 상승했고 정동영 정몽준 이회창이 각각 0.9%P, 4.8%P, 2.4%P 하락한 결과였다.

눈에 띄는 점은 현재 정치판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한나라당 대표, 민주당 대표, 총리가 하한가이고 별로 움직이지 않거나 장외에서 움직이는 박근혜 유시민 정동영 손학규가 1~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분석을 전해줬더니 정기남씨는 "한가지가 더 있다. 호남 지지도를 보라"고 했다. 상세분석표를 봤더니 정동영 21.7%, 유시민 17.6%, 박근혜 15.3%, 손학규 8.5%, 정몽준 7.2%, 정세균 0.7%, 정운찬 0.0%였다.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이 여전히 1위였지만 2~4위는 민주당 사람이 아니었다. 충격적인 것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0.7%에 불과했고 TK 출신으로 민주당과 결별한 유시민, 호남에서는 지역차별의 원인제공자로 인식돼온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이 두 사람의 지지도가 32.9%에 달한다는 사실이었다.

조사가 잘못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여론조사를 찾았더니, 마침 리얼미터가 11월 16일~11월 20일, 11월 23일~11월 27일 실시한 대선 유력주자 선호도 조사가 있었다. 호남을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비슷한 추세였다. 정동영(광주/전남 30.0%, 전북 40.0%)이 선두였지만 2, 3위는 박근혜(광주/전남 20.7%, 전북 15.5%) 유시민(광주/전남 15.1%, 전북 18.7%)이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자문해봤다. 답은 호남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고하게 뭉쳤던 호남사람들이 박근혜를, 유시민을, 손학규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빈 자리를 호남 정치인들이 채우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고, 정세균과 정동영의 분열에 환멸을 느낀 것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호남 진보층은 유시민으로, 중간층과 보수층은 박근혜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의할 대목은 수도권의 호남출신들이 호남 거주자들에 비해 더욱 분화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도권 재보선의 한나라당 패배도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려는 표가 결집됐을 뿐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선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일 뿐이지 야당의 능력을 인정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고, 이는 대선에서는 필연적으로 민주당이 패한다는 가설을 가능케 한다.

얼마 전 모임에서 골수 야당지지자인 한 친구가 "박근혜면 어떠냐, 원칙을 지키고 탕평과 화합을 한다면 호남이 박근혜와도 손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의미심장했다.

이영성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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