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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메모 습관

국민일보 | 입력 2009.11.05 19:01

 




'탁월한 머리보다 무딘 연필이 앞선다'는 격언이 있다.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메모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흔히 '나중에 메모하면 되겠지' '다시 생각날 텐데' 하지만 착각이다. 아이디어와 영감은 순식간에 떠올랐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결국 메모를 제대로 못해 낭패를 겪고 난 뒤에야 "아, 그때 적어놓을 걸"하고 후회하게 된다.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메모 습관이 체질화돼 있다는 것. 링컨,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역사상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은 예외 없이 메모광들이었다. 세계적 기업의 CEO들도 그 부류에 속한다. 이들은 가정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신문을 보다가도, 차 안에서도, 대화 중에도 메모장을 놓는 법이 없다. 메모의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머리가 살아난다, 기억의 부담에서 자유로움을 준다, 성취감을 준다, 자신감을 높여준다,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된다, 업무 효율을 높인다,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조한다 등등. 말하자면 메모는 두뇌를 가장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메모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사카토 겐지는 저서 '메모의 기술'에서 메모의 7대 원칙을 밝힌다. 첫째, 언제 어디서든 메모하라. 둘째,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라. 셋째, 기호와 암호를 활용하라. 넷째, 중요사항은 한눈에 띄게 하라. 다섯째, 메모 시간을 따로 마련하라. 여섯째, 메모를 DB로 구축하라. 일곱째, 메모를 재활용하라.

한국인의 메모 습관은 어떨까. 얼마 전 일본의 한 대기업 한국지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인들의 메모 잘 안하는 습관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한국 기업인들은 미리 이야기를 해줬는데도 메모를 안해 거래 등에서 중요한 서류를 빠뜨리는 경우가 있고, 일을 급하게만 처리하려다 핵심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이 한국인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터. 하지만 한국인들이 대체로 성급하고 덤벙거리는 기질이 있음은 사실이다. 대담한 도전, 신속한 결정,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좋은데 꼼꼼하고 치밀한 면은 부족하다. 그래서 일본 독일 등에 비해 디테일과 마무리가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기록 대국이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메모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려면 국민들의 메모 습관이 지금보다 더 체질화돼야 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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