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콘텐츠 수출의 열쇠는 '현지화'

김철현 입력 2009. 8. 3. 10:26 수정 2009. 8. 3. 10: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국제적 관행 등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세계 속에서 한국을 부각시키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 낼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과 고유문화를 무시하는 풍조에 대한 따끔한 경고가 녹아 있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 수출에서 만큼은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 싶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들의 타이틀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이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게임콘텐츠 수출의 성공 열쇠는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게임 컨벤션 온라인(GCO)은 이같은 수출용 게임의 특수성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은 무려 19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전시회를 주도했고 행사장 중앙에 가장 큰 한국공동관 부스를 운영했다.

다만 한국관임을 알리는 '플레이 온 코리아'라는 문구를 제외하고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NHN이 첫 선을 보인 '카르마2'처럼 2차세계대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있었다.

NHN이 지난해 해외에서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1800억원 중 절반인 900억원은 웹 보드게임을 통한 성과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NHN은 일본에서는 '화투', 중국에서는 '마작', 미국에서는 '포커'를 통해 초기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에 GCO를 통해 NHN USA의 이지닷컴이 선보인 게임이 대부분 1인칭슈팅게임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적인 콘텐츠'를 강요하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건 덕분에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얘기다. GCO 현장에서 만난 유럽사용자들도 다른 장르는 어려워했던 반면에 슈팅게임에는 편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이 유럽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 스토리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현지화 전략'이었다. 메이플스토리는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현지 언어로 서비스되는 것은 물론 영국 여왕의 날, 독일 맥주 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 프랑스 혁명 이벤트 등 현지에 맞는 콘텐츠를 게임 내에서 제공해 현지인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게임 콘텐츠의 현지화가 수출의 열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게임은 문화인 동시에 산업이다. 문화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이 한국적 문화의 색채를 잃어가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적인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무한한 잠재시장인 '온라인 게임' 자체를 '한국적인 것'으로 만드는 통큰 전략을 밀어붙일 때다.

라이프치히(독일)=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