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땅에 떨어진 과학자 사기/이재원기자

이재원 입력 2009. 6. 28. 17:55 수정 2009. 6. 28. 17: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줄어서 힘들어요."복수의 고위직 공무원과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이 웃자며 던진 한마디다. 물론 누구에게나 봉급 삭감은 피하고 싶은 일이고 삭감 통보가 오면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바로 국가의 과학기술기반을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원의 신입 연구원들이다. 다 힘든데 뭘 그리 엄살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따져보면 이들의 초임 삭감은 심각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공계 위기를 말한 지 10년이 넘었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에 아낌없는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지만 이번 조치는 과학기술인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 느낌이다. 외환위기 이후 일률적으로 단축한 정년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젠 한술 더 떠 많지도 않은 월급도 줄인다니 과학자들은 기가 찬다. 자식들 만큼은 절대 과학자의 길을 걷지 않게 하겠다는 말들을 심심찮게 내뱉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과학자 한 명을 육성하는 데는 많은 세월과 돈이 필요하다. 박사후 과정까지 포함하면 남자의 경우 빨라도 30대 중반은 돼야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사회에 나와봤자 기다리는 것은 학부만 졸업하고 취직한 동기들보다 '낮은 보수'와 '짧은 정년'이다.

나라가 어려워도 과학자는 고통분담에서 예외여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자부심보다는 자괴감을 더 느끼는 상황에 있다. 경제가 좋을 때도 이들을 챙긴 사람은 없었다. 어두운 밤을 밝히며 묵묵히 일하는 과학자들에게 대체 언제, 누가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인가, 그리고 과학자 없이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는지 정부당국에 묻고 싶다.

/economist@fnnews.com※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