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슬픈 로그아웃(Log Out)

입력 2009. 5. 23. 16:17 수정 2009. 5. 31. 1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아이뉴스24 >오늘 슬픈 로그아웃(Log Out)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인터넷을 좋아했다. 직접 인터넷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고 자신에 대한 기사나 의견에 직접 댓글다는 것을 즐겼다.

주저함이 없었다. 참여였고 소통이었다. 인터넷의 기술적 진화와 발전을 좋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속엔 언제나 변화가 꿈틀거리고 새로움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여론(용산참사)의 물꼬를 돌리기 위해 또 다른 사건(강모씨 살인사건)을 중점 부각하라는 어떤 정부의 소통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2003년 2월24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취임을 두고 한 평가였다. 그는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렸다.

또 다시 이 말을 반복해야 하는 일은 슬프다. 노 전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온라인 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의 참여와 소통을 즐겼다. 그런데 즐김과 여유가 아니라 그에게는 '답답함'과 '갑갑함'이 짙게 드리웠다.

참여를 즐기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대화하기를 원했던 노 전대통령에게 '답답함'과 '갑갑함'이 밀려들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퇴임을 1년 앞둔 지난 2007년 2월27일, 청와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로 '취임 4주년 합동인터뷰'가 있었다.

정면 단상에 앉아 있는 노 전대통령에게 기자는 "대통령께서는 이제 1년 뒤면 대통령직에서 로그아웃 하게 된다"며 "그 동안 온라인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면서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노 전대통령은 긴 한숨을 먼저 내쉬었던 것 같다. 이어지는 말은 "온라인 매체(인터넷 매체)조차 없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며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특정 신문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수구보수언론'으로 대표되는 국내 언론권력으로 힘겨워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노 전대통령은 "대통령을 4년하고 나니까 한국에서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친구 같은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그랬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러한 소망이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었다.

자신의 뜻과 의지는 '수구언론'을 통해 희석되고 변질돼 국민에게 전달되고… 국민들은 '수구언론'을 통해 변질된 내용을 보고 듣고 다시 변형된 여론으로 들끓고…'대통령과 국민은 친구'라는 등식이 대한민국에서는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답답하다' '갑갑하다'라는 말만 되뇌었다.노 전 대통령 재임 5년 동안의 총체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판할 능력이 기자에게는 솔직히 없다. 다만 재임기간 내내 느꼈을 그의 외로움과 고독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그가 한달 전 '박연차 리스트'로 거론되면서 '인터넷에서 로그아웃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직에서 '로그아웃'하더니 이제 소통마저 그만두겠다는 '로그아웃'이었다.

검찰은 수사사항을 고의적으로 은근히 언론에 흘리면서 노 전대통령의 도덕성을 건드렸다.대검찰청에 소환되기 전 노 전 대통령은 '사람사는 세상'(노 전대통령 공식홈페이지)을 통해 "이제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절필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달 여가 지난 오늘 그는 '영원히 삶과 로그아웃'해 버렸다. 주변의 따뜻한 시선, 천천히 늙음의 여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존경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로그아웃 한 것이 아닌 스스로 단절해 버린 로그아웃이었다.

대한민국은 그래서 슬프다. 세 번의 '로그아웃'을 하는 동안 누구도 그의 곁에 '친구'는 없었던 셈이다.

노 전대통령이 스스로 '뛰어내리기'까지 그의 외로움과 고독을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고달프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대통령'은 외로움과 슬픔만을 간직한 채 홀로 이 세상과 로그아웃 해 버린 것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IT는 아이뉴스24연예ㆍ스포츠는 조이뉴스24새로운 시각 즐거운 게임, 아이뉴스24 게임메일로 보는 뉴스 클리핑, 아이뉴스24 뉴스레터(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