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칼럼] 공권력의 권위 실추
판사·경찰·국회의원까지 폭행공권력 부정은 국가 부정과 같아
외국에 가서 보면 한국의 실상이 더 잘 보인다. 독일에 있을 때 TV에 매일처럼 노동자의 폭력시위가 방영됐고 독일인은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웃고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정말 얼마 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번 짧은 외국여행 중에도 국회의원과 경찰관이 대치하는 영상이 연일 보도됐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정치를 비꼬아 '폭력정치'라고 비난했다.
독일의 경우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 국방장관이 경찰의 교통지도를 무시하고 바쁜 정사를 핑계로 범칙금을 물지 않았다고 해 면직됐으며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과거 길거리에서 난무하던 일본시위대조차 이제 데모를 자제하고 있으며 경제회생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경찰이나 검찰에 대한 항거는 엄중 처벌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않으며 불법적인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사법적 구제수단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판사석에 돌진해 폭행을 하는가 하면 판결에 불복해 석궁으로 판사를 쏘는 형국이다. 국회의원조차 입법안을 발의했다고 해 폭행당해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 경찰관이 폭도에게 감금돼 폭행당하며 신분증까지 빼앗기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자유를 방종으로 인식하고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영웅시하는 잘못된 풍조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공권력의 권위 상실은 지난 정권에서 확연히 찾아볼 수 있겠다. 군사기지 수호를 위해 출동한 군인을 막대기로 폭행해도 수수방관했던 것과 농민시위대 한 사람이 잘못돼 사망했다 하여 경찰청장을 경질하는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경찰관이나 전경이나 초소를 지키는 군인이 폭력시위대에 의해 부상하더라도 공권력을 엄정 행사하지 않고 참고 견디게 하고 시위진압 경찰을 사망케 한 학생들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킨 일련의 일들이 공권력의 권위를 실추시켰던 것이다.
지금이 독재정권이라고 야당 의원들이 주장한다. 독재는 부정돼야 하나 적어도 공권력의 권위는 확립돼야 하고 공권력 파괴자는 엄중 처벌돼야 한다. 경찰·검찰·법원 등은 질서유지를 위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권력을 부정하는 것은 국가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우리 헌법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 국가안전의 보장을 위해서는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교도행정은 범죄자의 교육재생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하나 교도소가 범죄의 학교가 돼 재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공권력이 적절히 행사되지 않으면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범죄예방은 물론 국민의 권리보장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치안과 국방을 튼튼히 하고 있는 것은 민생과 복지를 위한 것이다. 부녀자가 밤거리를 안심하게 돌아다닐 수 있고 어린 학생이 혼자서라도 무사히 등하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공권력의 첫째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폭력시위가 잦아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모자라 전투경찰까지 두고 있다. 전투경찰은 국방의 의무를 대체하고 있으나 질서유지법의 엄격한 집행으로 폭력시위나 소요를 예방해 그들이 국방의 의무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경찰의 질은 많이 좋아졌다. 많은 사법고시 합격생이 경찰로 근무하고 있으며 우수한 경찰대 졸업생이 있다. 수많은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경찰로 채용한다면 경찰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문제는 경찰관에 대한 예우와 권위회복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공권력의 권위를 향상시키는 제반 시책을 강구해 치안질서만이라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또한 경제회생의 지름길이다.
학술원회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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