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영 칼럼] '좌편향 역사' 바로잡아야 한다

2008. 9. 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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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영 논설실장

요즘 고등학교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 분쟁이 불붙고 있다. 크게 보아 '좌우 역사논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쉽게 '좌우'라고만 단순화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역사인식에는 객관적 사실과 진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대적 요구나 관점에 따라 과거사가 재인식되고 재해석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사실을 무시하고 주관적 해석을 과장하고 덧칠하는 것은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2세, 3세들을 가르치는 역사교과서가 편향성을 띠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닌가.

'좌편향 역사관'에 대한 비판론은 노무현정부 시절 학계와 교육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다. 최근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교과서 포럼의 학자들이 역사 교과서 수정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관련 문제를 논의한 이후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일부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하다는 점이다. 특히 금성출판사가 펴낸 교과서는 "연합국의 승리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됐다"(253쪽)든지, 올해 삭제됐지만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 민족국가의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하였다"는 등의 표현에서 보듯 건국과정에 다분히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 왔다.

한국전쟁 발발의 원인과 책임을 희석시키는 표현도 지적된다. "6·25 전쟁은 자본주의-사회주의 체제 대립의 결과"(249쪽)라든지 "6·25 직전 38선 곳곳에서 국군과 북한군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쉴 새 없이 일어났다"(268쪽)는 설명은 냉전 체제 또는 내전의 연장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진실을 호도한다. 옛 소련의 비밀 문서가 해제된 이후 거듭 확인된 명백한 사실, 곧 김일성이 스탈린의 승인과 지원을 얻어 전쟁을 일으켰다는 중요한 사료를 외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 경제는 외형적으로 발달했지만 더욱 외국에 의존하게 됐다(327∼8쪽)는 등 빛바랜 종속이론의 견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과연 우리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으며, 또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편향성은 시정해야 한다. 객관적 보편적인 사실을 제대로 반영토록 해야 한다. 남북의 화해가 불가결하다고 해서 역사인식이 가치중립적일 수는 없다. 양시론이나 양비론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인류의 보편 가치인 인권 신장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가치로 삼아야 한다.

북한에 관대해질 필요는 있다. 맺혔던 과거사를 풀고 화해할 길을 넓혀가자면 그래야 한다. 같은 조상, 같은 언어와 문화의 동질성을 지닌 '형제'요 '이산가족'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에까지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일제 침략을 겪은 한국이나 중국인들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어도 침략과 탄압의 과거사를 '진출'이나 '파견', '진압'이니 해가며 정당화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인식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사회주의 노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우리가 일정 부분 평가하고 인정했듯이 통일 이후 남북의 주민들이, 특히 2세들이 공통분모를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과거사 인식에서 대동(大同)의 길을 찾고 소이(小異)의 막힌 길을 뚫어야 한다.

차제에 남북의 역사교육, 언어교육과 시민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통일에 대비한 중장기적 교육 목표와 방법을 국가적 과제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일인체제를 이끄는 김정일의 중병설이 파다하다. 북한의 체제변화, 경우에 따라선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닥칠지도 모른다.

차준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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