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속으로]성범죄 부추기는 대한민국
미국의 드라마, 특히 수사물을 보면 성범죄,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는 극악 무도한 죄인으로 처리한다. '특수수사대 SVU'는 아예 이런 특별범죄만 다루는 팀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시작에도 "성범죄는 중형으로 다스리며…"라는 식의 코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오늘 세 개의 판결을 보면서 참 기분이 이상했다.
[사건 하나] 짧은 치마 입은 여성의 다리 촬영 행위가 무죄라는 뉴스다. 물론 이 뉴스의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사진 자체가 증거능력이 부족할 정도였고, 다른 범죄로 잡혀 휴대전화 내용을 보던 중 발견한 익명의 사진이라는 점이 밝혀지자 이해가 간다고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게 "보라고 짧은 치마 입고 다닌 거 아니냐. 그거 좀 찍었다고 무슨 죄냐"는 식의 주장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죄다. 남의 허락없이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 있는 데다가, 특정부위만 찍는다면 더욱 심한 죄가 된다.
[사건 둘] "인간존엄성을 해칠 만큼 적나라해야 음란물이라는 기사다. 성행위를 묘사한 비디오를 VOD 성인 페이지에 올린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미 등급 분류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음란성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몇몇 신문사 홈페이지들이 음란물을 유포하며, 트래픽 올리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법원의 판단이 이정도면 "신문사에서 유포되는 사진들은 음란물 유포가 아니다"라고 판결을 내릴 것 같다. 왜냐하면 적어도 성기 등은 가렸으니까.
그렇다면 음란물의 판단이 단순한 그러한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사건 셋] 친딸을 성폭행한 반인륜 아버지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사건이 결정적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패륜적인 행동에 대한 중형"은 겨우 5년이라는 뜻이다.
법을 잘 아는 분들은 "5년이면 중형"이라고 하겠지만, 이는 "비겁한 변명"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는 바로 이러한 것들이 모두 작용한 것이 아닐까.
몇몇 사회적으로 문제되었던 사건들의 결과를 들어봐도 모두 '피해자만 피해를 더 입고, 가해자는 그냥 떵떵거리고 사는' 식의 결론이었다. 입에 담기도 싫다.
결국 "아무리 심해도 5년"이라면 대체 누가 무서워할까? 법률에 문제가 있다면, 이번 국회의원 후보들이 좀 공약으로 내세우면 안될까.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올려라!
나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성범죄에 대해,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형량을 많이 올려야 한다. 성범죄는 재범이 많기 때문에 전자 팔찌도 채우는 등 여러가지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재범을 막는 데만 힘쓰지 말고, 처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성범죄는 한 인간의 일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극악 무도한 범죄다. 그런데 범죄자가 5년 후에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전 세계적으로 분명히 처벌을 강화하고 있을 터인데, 우리나라는 어째서 계속 더 봐주자는 쪽으로 가는 것일까. 세 개의 기사를 나란히 접하고나니 머리가 아프다. 희망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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