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한미 FTA 독소조항 너무많다

2007. 6.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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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한신대교수 국제관계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공개 이후 각종 논란이 그치질 않고 있다. 곳곳에 박혀 있는 독소 조항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협정문 제11장 투자챕터는 그 중요도에 비추어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챕터는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등 한 마디로 '돈'에 관계된 우리 경제 모든 부문을 대상으로 한다.

-투자챕터 부속서 美규정 위반-

따라서 한·미 FTA 협상 전 과정에 걸쳐 한·미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은 매우 당연하다. 또 정부안에도 특히 수용 관련 분쟁의 투자자-정부소송제(ISD) 적용 배제를 놓고 입장이 대립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번에는 미국 측 민간자문위가 보고서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미 FTA 투자챕터 중 수용부속서(부속서 11-나)가 미 통상법(TPA)의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미 연방법원의 판례와도 상충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여기서 관련 규정이라 함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 미국내 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실질적 권리가 부여되어서는 안된다"는 TPA 2102조(b)(3)항을 말한다. 이 조항은 지난해 2월 협상 개시와 더불어 미 무역대표부가 의회에 송달한 협상개시 통보서에도 그대로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재협상과 관련, 미국이 이 조항 즉 미 국내법의 관련 핵심 조항을 투자챕터의 전문(Preamble)에 삽입하자고 요구하는 데 있다. 이 경우 미 민간자문위 측에서 이 조항과 상충된다고 주장하는 한·미 FTA 투자챕터 관련 조항(부속서 11-나 3조 (나)항)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래 우리 측의 협상 목표는 수용을 투자자-정부소송제에서 배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대부분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었고, 단지 우리는 부동산, 조세를 예외로 하는 데 총력을 집중했다. 그래서 부동산, 조세 관련 조항을 삽입하고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며 희색이 만면하다. 100을 줘야 하는데 90만 주었으니 잘한 것 아니냐는 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측이 위 부속서 11-나에 포함된 부동산 관련 조항 즉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놓고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부동산정책이 "그 목적상 모두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에 해당"된다고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한 마디로 부속서 11-나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모든 부동산 정책'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 협상관은 이 구절은 "단지 하나의 의견(observation)에 불과하므로 아무런 법률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미 무역대표부 해석에 대해서는 미민간자문위 측도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있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은 '부동산계획'(3차협상), '토지관리 및 이용'(4, 5차)을 제시했다가 미측이 거부하자 결국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히스토리를 무시하고, 정부는 부동산가격안정화에 미국이 거부한 '부동산계획' '토지관리 및 이용' 등을 밀어 넣고 이 모두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피해 책임은 누가 지나-

조세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조세부과(imposition)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부속서 11-바)는 조항을 놓고 성과처럼 말한다. 그러나 협정문 23.3조 '예외' 6항에 대한 정부해설은 "조세조치가 수용에 해당되는 경우 투자자-정부소송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여기서 '조치(measure)'란 모든 법, 규정, 절차, 요건 또는 관행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조세는 '일반적으로' 수용이 아닌데, '예외적으로' 수용이 되고 이때 ISD가 발동된다. 해서 정부가 자랑하는 협상결과는 '일반적으로'라는 그저 그런 문구 하나, 즉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 실효성은 사실상 의문이다. 투자챕터는 실로 독소조항의 보물창고다. 그것이 초래할 결과에 비추어 책임은 누가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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