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단弄단]올림픽 시상식의 국기게양, 난 반댈세!

2016. 7. 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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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시상식에서 국기게양을 반대한다.

'논단농단'이라는 이 칼럼명의 뜻을 '진담 같은 농담(혹은 그 역)'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나의 주특기다. 사실 난 ‘사회비평가’라기보다는 요즘 표현으로 ‘프로불편러’가 제격이나 아시아경제의 진지함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난 사회비평가라고 하기엔 스포츠를(그리고 3S를) 너무 좋아한다. 며칠 후 개막할 리우올림픽을 기대하면서 올림픽에 관한 내 몇 가지 농진담을 하고자 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내 기억에 따르면, 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선수의 이름을 해당 국가의 전통을 존중하는 식으로 표기한 것은 시드니올림픽 근처였다. 화면 하단에 올림픽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송출하는 선수 정보가 나오는데 우리 선수의 이름이 그전까지의 ‘길동 홍’이 아니라 ‘홍 길동’으로 나오는걸 봤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새롭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선수 등에는 ‘길동 홍’이란 방식으로 영문표기된 것을 봤을 때의 자괴감 또한…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시점 이후 대부분의 국제대회에서 선수이름은 해당국가의 전통에 따라 표기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미국에서 개최하는 대회. 뭐 미국이야 'We are the world'가 국가표어인 나라이니 타박할 수도 없고 타박할 능력도 없다. 얼마 전에 축구 국가대표선수 이름을 성의 이니셜과 개인 이름을 등에 새긴 것을 보았다. H. Gildong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게다가 길동을 Gil Dong이 아니라 Gildong으로 표기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길동은 두음절로 이루어진 한 단어다. 부산을 Bu San으로 표기하지 않듯이 길동은 Gildong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 안타깝게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연아 김으로 불렸다. 이름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묻고싶다. 왜 독도는 다케시마로 불려서는 안되는지? 왜 우리는 동해라는 이름에 ‘집착’하는지? 왜 기무치에 열폭하는지? 왜 연아 김에 관대한지….

올림픽 관련 기사에서 금메달 집계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난 뭐 지금처럼 이른바 종합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는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방식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지금 모든 미디어에서 말하는 ‘금메달 수’는 정확히 말해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의 수’다. 단체전에서 우승하면 엔트리 전원이 각각 금메달을 받는다. 금메달 하나를 여러 명이 같이 목에 거는게 아니라 각자 금메달을 목에 건다. 핸드볼 우승하면 금메달 12개다~ 그렇게 메달 수를 집계할 수도 있는 거다. 어느 방식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다. 이런 식도 있고 저런 식도 있다는 거다. 왜 모든 미디어가 천편일률적으로 한가지 방식을 따르는가? 우리가 세상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면 안되는가? 우좌지간에 말은 바로하자. 금메달 획득 수가 아니라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의 수다.

난 올림픽 시상식에서 국기게양을 반대한다.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시상식에서 국기를 게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승은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가 한 것이지 해당 국가가 한 것은 아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의 감동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감동의 근원지는 선수 개인이어야지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은 인간 몸뚱아리의 향연이어야 한다. 음습한 국가주의의 망령으로부터 실낱같은 올림픽 정신을 그나마 지키고자 한다면 시상식에서 국기게양 및 국가연주를 해서는 안 된다.

난 모든 선수들의 신명난 몸짓을 기대한다. 그리고 난 소망한다. 태환박이 아니라 박태환의 우승을, 핸드볼 우승으로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우리 선수끼리 결승은 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나운서가 ‘이로써 우리는 금메달 하나를 예약했다’라는 망언을 제발 하지 않기를, 시상식에서 중계화면이 국기가 아니라 선수만을 잡아주기를…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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