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브렉시트 단상2

고정애 2016. 7. 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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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런던특파원

묘했습니다. 죽은 자와 죽어가는 자의 대결이어섭니다. 사실상 1, 2당이 진공 상태인 지난달 29일에도 영국 의회에선 총리질문(PMQ)이 열렸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입니다.

캐머런은 경제를 살렸고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습니다. 정치인을 혐오하는 세상인데도 미움까지 받진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남도 운 좋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한 도전이 도박으로 드러났고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나라(UK)까지 위태롭게 했습니다. 국가대사를 운에 맡겼다는 점에서 그는 경솔했습니다.

코빈은 사실상 태업했습니다. 유럽회의론자로서의 심장 때문일까요? “유럽연합(EU)에 남아야 한다”는 열의 없는 말은 “탈퇴”로 들리곤 했습니다. 그사이 80년 노동당 아성도 무너졌습니다. 좌절감과 분노, 장차 총선에서 대패할 거란 두려움이 의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172명 중 132명이 불신한 이유입니다. 그는 의원들과 대면하는 대신 광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운동가입니다.

둘 다 패장(敗將)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캐머런은 남으라는데도 관두고, 코빈은 관두라는데도 남겠다고 합니다. 이날 코빈의 이런저런 질문에 캐머런이 결국 폭발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우리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당신이 노력하지 않는 걸 보는 건 끔찍했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게 우리 당으로선 좋은 일이나 나라를 위해선 아니다. 제발 관둬라(For heaven’s sake man, go).” 발끈할 법한데도 노동당 의석은 고요했습니다. 국가적으로 가장 노동당이 절실한 순간 노동당은 내파하고 있습니다.

부재했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이도 있습니다. 탈퇴 운동을 이끈 현란한 정치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입니다. 유일하게 관심 있는 숫자가 ‘다우닝 10’(총리관저)이라고 할 정도로 권력욕이 강한 인물입니다. 현시욕도 강해 늘 어느 화면엔가 나오던 그는 선거 후엔 사실상 잠적했습니다. 대신 기고문으로 그간 주장을 뒤집더니 논란이 되자 주변에서 “피곤한 상태에서 쓴 글”이라고 변명합니다. 탈퇴 진영을 이끈 동료가 총리 경선에 나서자 당선 가능성을 염려해선지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그에게 정치는 게임입니다.

지도자 중심의 서술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기저에 흐르는 민중의 힘을 도외시할 수 있어섭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분명 나쁜 지도자는 나쁩니다. 영국의 위기는 지도자의 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남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고 정 애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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