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박 대통령에게 세월호는..진상규명보다 '재정·인건비·세금'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란 무엇일까.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3년 만에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재정, 인건비, 세금’ 이렇게 세 단어로 축약되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또 그걸 정리해서 서류를 만들려면 거기에 보태서 재정이 들어갈 것”이라며 “인건비도 한 50억원 정도 썼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을 목표로 하는 특조위 활동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이 비용만, 그것도 구체적인 ‘숫자’까지 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박 대통령은 특조위의 활동기간 보장에 대해 “국회에서 이런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하고 그렇게 해서 판단할 문제”라며 얼버무렸지만, 이에 앞서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7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반발했다.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는 희생자 유족과 특조위를 사실상 ‘세금 도둑’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특조위 활동기간에 대한 법조문 해석은 차치하고라도 ‘액수’를 줄줄 외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되물었다. “특조위 청문회에 나온 해경 지휘부의 증언을 한 줄이라도 들었는가.”
희생된 학생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한 선내 대기 방송이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세월호 여객부 직원의 새로운 증언이 나온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7월을 목표로 하는 세월호 인양 작업은 이제 막 ‘리프트빔’을 투하해 본격화했다. 유족들이 줄곧 온전한 인양을 요구한 건 선체 조사로 이전에 몰랐던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실상 오는 6월에 특조위 문을 닫으라고 한다.
‘진상, 희생자, 유족’ 대신 ‘재정, 인건비, 세금’만 남은 대통령의 ‘세월호’. 여기에 아이들이 죽어간 차가운 바다 위에서 뜬눈으로 인양 현장을 지키는 유족들은 호소한다. 그 세금을 낸 국민은 진상을 보다 낱낱이 알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찾고 싶다고.
<허남설 | 사회부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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