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의 서양사람] 인문정신 (2)

2016. 4. 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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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독교 세계관이 지배한 서양 중세에는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신이 자리 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사정이 변했다. 르네상스라는 말 자체가 고대의 부활을 뜻하듯, 인문정신도 이 시대에 부활했다. 이 시대의 학자들을 우마니스티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인문정신을 소유한 사람’이다. 그 대표적 인물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키케로의 편지를 발굴한 것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출발이라고도 말한다. 페트라르카는 키케로를 본받아 인문학 연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문학은 젊음을 유지시켜주고 노년을 즐겁게 해주며, 번영을 키워주고 역경에는 위안과 도피처를 준다는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의 권위자 피터 게이는 그 당시의 인문정신을 잘 요약한다. 그것은 학문의 형식이 아니라 사고의 유형이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 도덕적 세계를 통제하는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인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고 타인에게는 공손하며 정치적 역할에는 적극적이다. 그는 단순한 낙관주의보다는 용감한 회의주의를 갖고 삶에 맞선다. 즉, 삶이 불확실하다면 자기기만적인 낙관보다는 엄격한 비관을 고수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타인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 인간다워지는 길이다. 더구나 인문정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적 감수성도 계발시켜야 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8세기말부터 독일은 개별성의 존중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인문정신에 덧붙였다. 이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낭만주의의 선구자인 헤르더이다. 그에게 인문정신이란 모든 인간과 인간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와 민족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지만, 자신의 개별성에 대한 사랑은 타인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인종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방법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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