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10대는 어떤 뉴스를 원할까

차준철 디지털뉴스편집장 2016. 3.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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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끔씩 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을 만나 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할 때마다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오르는 기사를 빨리 쓰는 게 제일 중요하냐”는 것이다. 각양각색 매체의 특성을 명확히 알지 못해서 나온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궁금증을 가질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봐서 아는 뉴스 세상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인터넷·모바일로 손쉽게 접하는 뉴스의 대다수는 가벼운 재밋거리다. 같은 얘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일쑤다. 그러니 진지한 뉴스보다 훨씬 많은 가벼운 얘기가 더 중요한 것으로 착각될 만하다. 또 최근 들어 각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는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맞춤형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뉴스 세상이 갈수록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다.

여기서 전통 매체가 운영하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고민이 생긴다. 10대 청소년은 물론이고 20~30대 젊은이들까지 ‘딴 뉴스 세상’으로 떠나버린 걸까. 그들은 정치·경제·사회의 진지한 주제에는 관심 없고 일회용품 같은 재미만 추구하는 걸까….

마케팅론자들은 단적으로 “그들, 소비자들이 있는 곳으로 따라가라”고 미디어에 권한다. 미래의 ‘고객’인 그들이 현재 뉴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가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다량 생산해야 미디어가 존립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현 시점에서 정답이 될 수 없다.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무시되기 때문이다. 사회 공통의 관심사보다 개인 취향에 집중하고, 너도 나도 똑같은 실시간 검색어류의 기사 생산이 우선시될 수 있어서다.

그러면 미래의 독자인 10대, 젊은이들에게 뉴스는 어떻게 다가서야 할까. 먼저 그들의 특징과 성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자녀들인 1980~2000년생 청년층을 말한다. 부모 세대나 이후 이어진 X세대(1965~1976년생)보다 훨씬 수가 많은 이들은 향후 30년을 주도할 세계 소비시장의 30%로 지칭되기도 한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공통분모는 찾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요약하면 3가지다. 디지털 네이티브·공유·적극성이다. 모바일 의사소통이 생활화된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 관계를 넓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매사 적극적으로 나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이용·뉴스 소비 면에서 이런 특징을 대입하면 어떨까. 집에 배달된 신문을 펼치거나 가족이 모여 앉아 TV를 보는 ‘수동적인 소비’를 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각자 모바일로 맘에 드는 뉴스를 골라 다수의 친구들과 공유하며 새 유행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소비자’라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이 ‘10대들은 어떤 뉴스를 원하는가’를 알고자 최근 진행한 청소년 그룹 인터뷰에서도 10대들의 뉴스에 대한 생각과 주문을 들을 수 있었다. “10대의 눈높이에 맞게 뉴스를 전해달라”는 게 청소년들의 주된 목소리였다. 한 고교생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뉴스는 10대와 직접 연관된 이슈인데 10대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이해를 도와주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 학생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말고, 이 뉴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맥락을 설명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10대용 기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달라” “요즘에는 글쓰기 공부보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한데,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싶다” “10대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10대들의 목소리를 듣고 보니 뉴스에 무관심한 세대가 전에 없다가 새로 나타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답하라~> TV 시리즈에 나온 소방차, 서태지와 아이들, 농구대잔치, 프로야구에 열광하며 말랑말랑한 뉴스를 즐겨 봤던 청소년이 지금 부모 세대인 점을 떠올리면, 어느 시절이나 젊은이들은 대개 가벼운 뉴스를 손쉽게 소비하며 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큰 문제는 기성 언론이 점점 더 10대, 청소년, 젊은이들을 ‘딴 물에서 노는 아이들’로 간주한 게 아닐까 하는 점이다. 10대들이 기존의 ‘눈높이 못 맞춘’ 뉴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뉴스 무관심층’이라고 단정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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