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의디지털세계] 넷플릭스 맛보기 한 달

2016. 2. 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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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편하고 직관성 뛰어나국내 생태계와는 다른 신세계막강한 자본·콘텐츠 업고시장 공략 날고 뛰는 데국내 업체는 '우물 안' 못 벗어

세계 콘텐츠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넷플릭스 국내 상륙이 한 달을 넘어섰다. 이미 지난해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지만 지난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존 60개 서비스 국가를 190개 국가로 늘린다고 선언한 후 7일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는 전격적인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넷플릭스는 2013년부터 한국어 능통자를 구인 공고했을 만큼 국내 상륙을 오랜 시간 준비해 왔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국은 아시아 및 세계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성장을 견인할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넷플릭스가 지난 한 달 동안 거둔 첫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알려진 사항은 없다. ‘1개월 무료서비스’라는 당근으로 적지 않은 가입자를 확보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당근에 혹해 직접 경험한 넷플릭스와의 한 달은 여러 면에서 국내 관련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우선 가입·결제의 편리성과 서비스의 직관성 등에선 여타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압도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끝도 없는 ‘액티브X’ 설치를 요구하고, 잦은 에러로 가입·결제 단계에서 진저리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서너 단계만으로 가입 완료가 가능했다. ‘갈라파고스의 섬’처럼 국내 인터넷 서비스 환경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실감하게 된다.

품질별로 월 8.79, 10.99, 12.09달러로 책정된 넷플릭스 이용료에 대해선 ‘비싸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광고 범벅에 ‘최신작’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요금을 받는 국내 IPTV 등과 달리 넷플릭스는 광고도, 추가결제도 전혀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이며 서비스 자체 경쟁력도 크게 높여준다. 집, 출·퇴근길 등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TV,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끊김 없이 콘텐츠를 이어보는 기능은 넥플릭스가 독보적이다. 국내 전자·통신업체도 수년 전부터 이 같은 ‘n-스크린’서비스를 내놨지만 실제 소비자가 쓸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콘텐츠 서비스의 핵심은 얼마나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느냐다. 당장은 “넷플릭스의 한국어 프로그램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 정보제공 사이트(unogs.com)에 따르면 19일 현재 넷플릭스 한국어 서비스 동영상은 비디오 814편, 영화 635편, 시리즈물 179편이다. 각각 5656편, 4536편, 1120편인 미국에 크게 뒤처지나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비디오 92편이 새로 추가되는 등 매일 늘어나고 있다. 봉준호 감독 최신작에 넷플릭스가 투자를 결정하는 등 조만간 넷플릭스 제작 국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특유의 기획력과 자본으로 자체 한국물을 만들기 시작할 경우 ‘응팔’ 시리즈 등으로 최근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케이블방송 tvN 이상의 파급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한 달 맛보기 후 끊으려 했던 나의 넷플릭스 계정은 유료 계정으로 전환됐다. 당장은 영국 드라마, 각종 다큐멘터리 등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콘텐츠를 더 보기 위해서다.

넷플릭스 상륙으로 국내 시장에는 애플 앱마켓, 우버, 에어비앤비 등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서비스가 또 하나 추가됐다. 아직은 미약하나 국내 업체에 부과되는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막강한 자본과 경험을 무기 삼아 장기적으로는 시장지배력을 높일 것임이 유력하다.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통신업계의 지루한 이전투구가 안쓰러운 상황이다.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한 시장독점 문제를 논하기 위해선 어디까지를 관련 시장으로 봐야 할지 ‘시장의 획정’이 중요하다.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사례에서 보듯 시장 환경은 이미 재래식 잣대로는 측정하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국내 기업의 인식은 아직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던 ‘네이트온’이 메신저 시장 중심축이 모바일로 이동할 때 PC기반에 안주하고, 시대 흐름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해 결국 카카오톡에 자리를 내준 과거는 좋은 교훈을 남겼다. 비슷한 사례가 넷플릭스 진출 후 콘텐츠업계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성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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