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시진핑이 그리고 싶은 새 국제 질서

유상철 2015. 4. 22. 00: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중국 상하이(上海)에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의 외교 전문가 30여 명이 모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의 중국 외교전략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날 중국 외교의 문제점 중 하나로 새로운 개념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형대국관계, 명운(命運)공동체, 아시아 신안보관,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국제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신조어를 내놓았다. '신형(新型)국제관계'가 그것이다. 시진핑이 구두로 강조해오던 이 말이 지난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밝힌 정부업무보고에 처음으로 공식 포함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화권 언론은 올해가 시진핑이 세계 질서를 새롭게 그리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신형국제관계란 무언가. 먼저 역대 중국 지도자의 국제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이 세상에서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아예 전쟁으로 평화를 유지하겠다(以戰保和)는 판단 아래 한국전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달랐다. 미국과 소련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에 큰 전쟁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세계의 주된 흐름은 평화이며 중국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발전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하게 된 사유다.

 시진핑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오랜 세월 국제사회는 대국(大國)이 세력을 나눠 대치하고 작은 나라는 대국의 어느 한편에 줄을 서는 냉전(冷戰)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소련의 해체와 함께 이 냉전 구도가 무너졌지만 적과 나를 구분하는 냉전의 사유는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가상의 적을 상정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치는 동맹(同盟) 체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젠 국제 질서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與時俱進)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가 운명 공동체라고 말한다.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새로운 국제 질서는 세계 각국 국민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협력(合作)과 윈윈을 핵심으로 하는 새 국제 질서'인 신형국제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 국제 질서 속에선 세계 어떤 국가든 그 크기나 강약,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또 각국 국민은 자신이 선택한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한다. '신발이 발에 맞고 안 맞고는 자신이 신어보면 제일 잘 안다(鞋子合不合脚 自己穿了才知道)'는 게 시진핑의 지론이다.

 미국이 자신의 가치관을 잣대로 세상을 재단해선 안 될 것이란 시사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주도하는 현 체제를 뒤엎겠다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은 그럴 능력도 없으며 또 그럴 의사도 없다. 중국은 이미 세계 각국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 그저 배가 정확한 방향으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중국이 바라는 건 현 질서의 일부 불합리한 점을 수정해 현 국제 체제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란 이야기다.

 시진핑이 그리고 싶은 신형국제관계는 말 차원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행동으로 돌입한 상태다. 일대일로 건설이 그 구체적인 예라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말한다. 일대(一帶)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로 뻗는 육상의 실크로드경제대, 일로(一路)는 동남아와 인도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말한다. 관련 국가 인구는 세계의 63%에 해당하는 44억 명이나 된다. 자본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추진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자연히 일대일로는 올해 중국 외교의 최대 역점 사항이다. 왕이는 2015년 중국 외교의 키워드로 '하나의 중점 두 개의 노선(一個重點 兩個主線)'을 꼽았는데 하나의 중점이 바로 일대일로다. 두 개의 노선은 평화와 발전을 말한다. 중국이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 구체화하려는 신형국제관계는 곧 세계 각국이 서로 상의하고 서로 건설에 나서 그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질서다. 사회주의 국가건 자본주의 국가건, 또 무슨 종교를 믿든 어떤 가치관을 갖든 상관없이 모두 협력해 상생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시진핑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이 같은 새 국제 질서 창출이 과연 가능할까. 과거 중국의 미래와 관련해선 낙관과 비관의 전망이 교차했다. 재미있는 건 낙관적 전망이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 붕괴론과 같은 '중국 때리기' 성격의 비관적 예측은 과녁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조심스럽지만 낙관에 무게가 쏠린다. 왜? 영국 등 미국의 여러 우방이 AIIB 참여에 적극적이란 사실은 이미 미국 주도의 현 국제 질서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어 수정을 요구한다는 증거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국제 질서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출렁인다. 중국이 진원지다. 그 변화가 좋든 싫든 우리로선 피할 길이 없다. 새롭게 넘실대는 그 물결을 최대한 타고 넘는 것이 요구될 뿐이다. 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뒤로 밀리는 게(逆水行舟 不進則退)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사의 막전막후, "이완구 어렵다" 보고가 결정타

"이완구 긴급체포해야…국민들 '꼬꼬댁'에 분노"

'어벤져스2' 15분 나온 서울, 첨단도시는 무슨…

촉각까지…'가상 현실 섹스' 시제품 나온다

패션쇼 '전신노출' 바라보는 관객 표정이…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