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수능 국어의 근본 해결책은 독서다 / 한명균
[한겨레] 수능이 끝났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B형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응시생들은 물론이고 많은 예비 수험생들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수학이나 영어야 쉽게 사교육에 접근할 수도 있지만 국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편이다. 물론 이번 수능을 계기로 많은 사교육 업체에서 관련 강좌나 교재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어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독서가 아닐까.
여기서 독서의 일반적인 효용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대입과 관련한 효용만을 논하겠다. 먼저 독서를 많이 하면 이번처럼 어려운 수능에서도 높은 국어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국어영역에서 측정하는 능력은 문제 풀이 기술이 아니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능력과 답의 근거를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이를 기르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바탕으로 서류평가를 진행한 후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독서를 하면 먼저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란에 기입할 내용이 많아진다. 특히 기존에는 2학년까지 독서활동 내역이 기재되었지만 올해 수시모집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기재 및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독서활동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은 당연히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독서활동 자체를 소재로 삼을 수도 있고, 표현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면접은 또 어떠한가. 면접은 흔히 생각하듯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수많은 재료를 가진 요리사와 한정된 재료만을 가진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진로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시작은 희망하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는 다양한 직접 경험을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선택을 하기에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각자가 흥미를 좇아 독서를 하면 관련 지식도 습득하고 진로에 대한 탐색은 물론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ㄱ이라는 학생이 수학에 흥미가 있어서 관련 도서를 읽고 난 뒤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구체적으로 통계 분야에 관심이 생길 수 있다. 이어서 통계학으로 독서의 범위를 확장하여 통계학의 쓰임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관련 직업과 학과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 통계학과를 전공하고 금융 관련 회사에 취업하기로 진로 결정을 했다고 하자.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독서만으로 진로선택을 마무리한 셈이 되고,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어려웠던 국어 B형으로 인해 많은 혼란이 생긴 부분은 안타깝지만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로 활용할 수는 있을 듯하다. 이미 비는 내렸다. '미친 듯이 부는 바람'이 아닌 '비가 갠 뒤에 맑은 햇살과 함께 부는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전국의 서점과 도서관에, 그리고 각 가정에 불기를 기대해본다.
한명균 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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