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5.18 노래, 무엇이 두려운가

2014. 5.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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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사설]

신군부 쿠데타 세력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거룩한 피를 흘린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34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완전한 명예회복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국가를 지켜야 할 군이 시민들에게 총칼을 들이대고 무자비하게 살상을 저지른 그 참혹하고 처절한 역사의 현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만 이를 폄훼하고 왜곡하며 불순분자와 폭도들에 의한 난동으로 부르고 싶어 하는 반역사적인 움직임이 여전히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다. 정부조차 이들의 눈치를 보며 반역사적인 행태에 가세하고 있다.

올해 5.18 기념식이 또 다시 파행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982년에 만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당시 희생된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과 여성 노동운동가 고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5.18을 상징하는 노래다. 5.18을 기념하는 행사마다 늘 함께 부르던 노래다. 지난해 6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162명의 찬성으로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기념곡 지정은커녕 기념식 참석자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도 거부했다. 3.1절 노래처럼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 아닌 노래를 부를 때는 제창을 하지 않고 합창을 하도록 돼 있다는 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아직 이 노래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며 기념곡 지정에 반대했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이 노래가 부담스러워서인지 정부가 일부 보수우익 단체의 종북 여론몰이에 가세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여론의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정호용, 최세창, 장세동, 허화평 씨 등 전두환 신군부 전직 군 장성 10명이 군인연금을 지급하라고 행정 소송을 냈다. 이는 일부 보수우익 단체들이 5.18에 대해 가당치 않은 '북한 개입론' 등의 색깔론을 제기하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돈 문제를 내세웠지만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술수로 풀이 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광주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이들 쿠데타 세력의 적반하장 행태를 부추기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5.18 기념식은 5.18 관계자들이 모두 등을 돌려 유명무실 행사가 되고 말았다. 5.18 단체와 유족들이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5.18 전야제 예산을 정부에 반납했으며 기념식에 일제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은 따로 기념식도 열지 않고 대신 세월호 참사 안산 합동 분양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물론 지역의 시 의원들조차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5.18을 총칼로 진압한 신군부 세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고, 5.18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서 정부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5.18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5.18 정신은 국내를 넘어 이미 세계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함께 부르는' 노래에 얼토당토 않은 핑계를 대 5.18 기념식을 파행으로 이끈 것은 박근혜 정부가 민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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