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잠금해제] 사실 확인을 해야 저널리즘이다 / 김낙호

2013. 7. 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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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가 정보기관이 시민들의 정보권을 몰래 침해했음이 드러나서 큰 스캔들이 되었다고 하면, 한국 사회에서 떠오르는 것은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온라인 여론 공작이라는 묵직한 사건이겠지만, 나머지 세계에서는 미국 국가안보국의 전방위 통신 감시 체계 '프리즘' 폭로 사건일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제보자와 함께 대형 특종을 터뜨린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는 해당 매체의 기자가 아니라 정규 블로그 칼럼니스트였다. 덕분에 언론업계에서는 저널리스트의 범주와 역할, 규범과 권리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었다.

이렇듯 저널리스트의 경계가 흐려진 세상이라면, 과연 저널리즘은 그냥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뿌리는 행위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가. 즉 저널리즘 규범을 충족하는 틀을 갖추어 보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란 무엇인가. 각자의 이론과 실무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틀이 있지만, 아주 기본 중 기본으로 내려가자면 첫째, 적절한 소재를 선정한 다음, 둘째, 취재를 하고, 셋째, 확인을 하여, 그 결과물을 가급적 명확하게 전달되는 표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부실하면, 저널리즘 보도와 거리가 멀어진다. 예를 들어 소재는 잡았는데 취재를 하지 않고 단평만 남긴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냥 인상비평 에세이고, 잘 다듬어져 있어도 사설 정도다.

그런데 가장 난감한 경우는, 취재는 했는데 확인은 거치지 않을 때다. 취재가 들어 있으니 저널리즘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상비평보다도 더욱 사실의 전달과 멀어진다.

가까운 예를 들어 지난주 노량진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비극적 수몰 사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늑장 대응을 했다고 비판한 <조선일보> 기사가 있다. 오후 5시에 일어난 사고에, 문승국 부시장은 5시 반에 도착했는데 박 시장은 밤 10시 반에 비로소 나타났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현장 출몰 시간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취재하여 정보를 얻어 보도를 작성했으나, 그럴듯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확인이 없었다. 비상대기조가 아니라 정상적 업무 일정이 있는 거대 도시의 부시장이, 사고가 난 뒤 세부 보고를 받고 30분 만에 현장에 나타난다는 것이 과연 그럴듯한 타임라인인가. 현장 지휘자가 아니라 사업 총책임자인 시장이, 상황 조율을 한 후 움직이고 교통 체증 속에 도착까지 다섯 시간이 걸리는 것이 정말 이상한 일인가. 어쨌든 그를 비판하고 싶다는 불타는 의지는 알겠지만, 취재로 알아낸 단편들에 대해 전체 타임라인을 다시 확인했어야 할 사안이다.

물론 확인의 부족은 언론의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국내 언론만의 현상인 것도 아니다. 저널리즘의 현황에 대해 촉각을 세우는 것이 주요 역할인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조차 천안함 침몰 사건 같은 특정 토픽에 대해서는 음모론급 주장들을 확인에 의한 여과 장치 없이 전달하곤 한다. 최근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를 전한 미국 현지 폭스 계열 방송사가 뉴스에서 조종사들의 이름을 엉터리 말장난으로 보도한 것도 극명한 예다. 취재를 해서 정보원에게 정보를 얻었으나, 그럴듯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확인을 건너뛰는 것이다.

사실 확인은 언론사는 물론이고,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싶은 개인들에게도 필수다. 물론 숨막히는 속보와 선명성 경쟁 속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가장 먼저 폐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으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려 하든 수익을 얻고자 하든, 여타 정보 생산 행위와는 구별되는 최소한의 고유 영역이 필요하다. 그 필수조건이 바로 사실 확인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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