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타인의 취향'
[세계일보]
브라질 연안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은 알을 낳기 위해 대서양 작은 섬까지 2500㎞를 헤엄쳐 간다. 그곳에 이르러서야 짝짓기를 한 뒤 해안 모래밭에 올라가 깊은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는다. 이 과업을 끝내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그나마 살아 돌아가지만 연어는 수만리를 헤엄쳐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뉴펀들랜드 해안의 열빙어떼도 기를 쓰고 물 밖으로 튀어나와 따뜻한 모래에 알을 낳은 뒤 새들의 먹이가 된다.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목적은 생존 그 자체와 번식, 두 가지뿐인 것처럼 보인다. 먹기 위해 기를 쓰고 종을 잇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사실 DNA에 입력된 번식 명령이야말로 태초 이래 종이 유지돼 온 근본 동력일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도 영리한 인간에 이르면 '버그'가 생긴다.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번식과 상관없는 동성애가 성행했다. 중세부터는 종교가 동성애자를 강력히 억압했지만 '박멸'하진 못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이성 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결혼보호법(DOMA)의 위헌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동성결혼 허용 여부 논란이 뜨겁다. 연방대법원 앞에는 연일 지지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위헌 쪽으로 기운 대법관들이 과반수여서 DOMA의 폐지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올 초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돼 상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네덜란드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세계 10여개국은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상태다.
오는 4월 1일은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1956∼2003)이 동성 연인과의 갈등 때문에 호텔에서 투신한 10주기다. 한국에서도 추모열기가 뜨겁다. '광기의 역사'를 통찰한 동성애자 미셸 푸코(1926∼1984)는 파리에서 에이즈로 사망했다. 성경과 코란은 동성애를 엄중하게 단죄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지금도 사형선고까지 불사하지만 백약이 무효다. 그래도 다행히 인간이라는 종은 유지돼 왔다.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던 미국 정신병학회는 1974년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결국 '타인의 취향'일 뿐인가.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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