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예산안 놔둔채… 마지막날까지 문닫은 ‘강심장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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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없었다. 새해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회의장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의원 누구도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도…. 법정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을 10년째 넘긴 것도 모자라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는 이날까지도 국민의 살림살이를 내팽개친 19대 국회 1년차의 현주소다.





고성호 정치부 기자

예산 심사를 못하게 된 이유는 더욱 한심하다. 민주당은 여야 대선후보의 공통공약이라며 5대 복지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을 먼저 심사하자고 떼를 쓰고 있다. 공약을 했으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약을 집중 부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약 증액 심사 요구는 대선판에 예산 심사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기만 할 뿐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재 예산심사는 1차 감액만 이뤄진 상태. 증액심사는 여야의 '네 탓 공방'으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 처리도 지연되면서 예산안 본회의 처리는 대선(19일) 이후로 미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예산안 늑장 처리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따로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쪽지예산'이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나 이익단체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에게 쪽지를 넣어 예산에 슬쩍 반영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야는 대선 이후 연말 분위기에 편승해 예산안 처리를 급하게 서두를 것이고, 이를 틈타 눈치 빠른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얼렁뚱땅 끼워 넣는 관행을 반복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새누리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활동이 우수하다며 자체 선정한 '국정감사 베스트팀' 의원 30명에게 별도로 지역구 등의 예산 증액 리스트를 제출 받은 상태. 신종 쪽지예산인 셈으로 30명 중 26명이 89건을 제출했고 금액이 6555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의원 300명 중 149명이 새로 배지를 달았다. 그만큼 새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개원 후 첫 6개월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의원 정수 축소 등을 들고 나왔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가장 기초적인 '밥값'도 못하고 있으니….

고성호 정치부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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