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NLL'안에 평화체제가 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2. 10. 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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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측과 공산 측은 1953년 7월27일 6.25 전쟁을 잠정 중단하는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결시 서해 해상경계선에 대한 합의는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는 연안수역의 범위를 둘러싸고 3해리를 주장한 유엔사 측과 12해리를 주장한 공산 측간의 입장차이 때문이었다.

1953년 8월30일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서해에서 남북한간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아군 해·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할 목적으로 NLL을 설정하여 북한측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유엔사 측은 NLL을 설정한 기준으로 국제적 통용인 영해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서해 5개도서(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남한지역과 기린도, 순위도를 포함한 북한지역의 중간선을 설정하였다고 주장한다.

NLL은 정전협정에서 합의되지 못했고, 유엔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통보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분쟁이 잉태되고 있었다. 유엔사 측은 1999년 6월 제1차 서해교전 이전까지 북한 어선들이 NLL을 넘어 온 것을 '침략'이 아닌 '월선'이라고 표현했다. NLL에 대해 신중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측은 1955년 3월5일 영해 12해리를 재확인하는 내각결의 25호를 발표하였다. 1973년 12월1일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황해도와 경기도 도계선 북측 수역을 자기들의 연해라고 최초로 주장하였다. 1999년 9월2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정전협정 제2조 13항 ㄴ목'에 근거하여 황해도와 경기도의 끝점으로부터 우리와 중국과의 반분선까지 연결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고, 2000년 3월23일 북한군 해군사령부는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발표하였다.

북한 측은 정전협정 '13항 ㄴ목'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전협정 '13항 ㄴ목'과 관련한 첨부지도 '제3도'의 '주1'에서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의 목적은 한국 서부 해안섬들의 통제를 표시한 것으로써 다른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명기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측이 '13항 ㄴ목' 단서조항을 근거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경계선을 해상군사분계선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억지 논리에 가깝다.

NLL은 남북간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해상경계선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헌법상 관습법상 우리의 영토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헌법 제3조는 "한반도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 내에 있는 NLL을 영토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모순이다. NLL을 영토선으로 본다면 탈북자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 영토선은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보는 것이다. 국가관계로써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관계인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강탈적인 제국주의 논리이다.

NLL은 정전협정에 명시되지 않는 해상경계선이다. 1992년에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부속합의서 제10조에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전협정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측이 협의를 요구하면 회피해서는 안됨을 보여준다. NLL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여론 수렴, 남북간의 협의, 유엔사와도 직,간접�으로 협의해야 하고, 남북당국간에 합의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의 평화증진, 평화통일 기반조성은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NLL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단지 논의의 우선 순위에서는 조절될 수 있다.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합의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가름하는 시작점이었다. 특별지대 논의는 NLL의 지위를 변경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관계발전법이 만들어져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끌어 왔다.

특별지대는 NLL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제협력과 평화협력의 선순환을 통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현실적인 방도이다. NLL을 어떻게 지키느냐도 중요하지만 보다 전향적인 사고로 남북간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길,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이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화시키는 출발점이다.

<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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